정봉주 전 의원이 오늘 수감됩니다. 오늘 12시에 검찰청 앞에서 '위대한 깔때기'를 엉엉 웃으면서 보내는 송별회가 있지요.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 분이 감옥에 가서가 아닙니다. 검찰이 인정하지 않은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감옥에 가야 한다는, 표현의 자유가 사망한 날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수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백번 양보해서 모든 것이 100% 진실은 아닐 수도 있겠죠. 그러나 비난과 비판을 받는 것과 법의 이름으로 감옥에 가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미 한 차례 대법원 선고가 연기 되어서 가카 임기 안에는 선고가 내려지지 않을 줄 알았던 이 사건이 왜 갑자기 연말에 난데 없이 정봉주 의원이 예비후보 등록을 한 그 날, 선고 기일이 잡혔는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기각될 것 같으면 도대체 지금까지 판결을 질질 끌어온 이유는 무엇인가, 이 점도 의문입니다. 저도 사실 이 점을 금방 깨닫지 못하고 <나는 꼼수다> 파괴공작, 또는 내년 총선을 앞둔 정봉주 의원 출마 봉쇄 정도만을 놓고 봤습니다. 근데 아차, 한 사람을 빼먹었더라고요. 바로 김경준입니다.

물론 우리 가카가 절대 그럴 분이 아닙니다만, 지금 소설속 허구의 평행우주에서 살고 계신, 우리 가카의 최대 아킬레스 건은 김경준입니다. 임기 안에 BBK 문제를 어떻게 해서던 최대한 덮어버리려면 가중 중요한 숙제는 바로 김경준을 빨리 미국으로 보내버리는 것입니다. 그 동안 형집행 순서 변경신청이나 해외 구금 일수 산입과 같은 여러 가지 꼼수가 있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런 방법으로 김경준을 미국으로 보내기가 거의 힘들어진 상황입니다. 이 시점에서 본다면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하나라고 봐야죠. 바로 '특별사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김경준을 특별사면으로 내보낸다? 에이, 이건 너무 속이 훤하게 들여다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가카가 김경준한테 뭔가 구린 게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밖에 안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김경준을 저렇게 묶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원래 소설의 시나리오 대로라면 진작에 미국에 돌아갔아야 할 김경준은 열이 받을 대로 받았겠지요. 그래서 가짜 편지 고소를 통해서 경고 사격을 날렸습니다. '계속 나를 여기다가 가둬 놓으면 좋을 게 없을 텐데?'하는 뜻이라고 볼 수 있죠. 김경준을 가둬 놓으면 가둬 놓을수록, 그 분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정권 교체 전까지 김경준이 송환되지 않는다면? 어이쿠, 가카로서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런데 만약 김경준과 정봉주 의원을 세트로 사면하면? 가카의 임기 중에 정치적으로 벌어졌던 논란을 모두 정리하고 차기 정권에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다시는 유언비어로 상대방을 흠집내는 불행한 과거는 없어야 한다는, 그밖에 단골로 등장하는 국민화합 어쩌고 저쩌고 하는 그럴싸한 포장을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정 의원을 일종의 '인질'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죠. 도대체 저로서는 누가 이런 말을 할 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지구 위에 있는 누군가는 정치권에다가 물밑으로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김경준이 늦게 나오는 만큼 정봉주도 계속 감옥 생활을 해야 한다. 정봉주가 빨리 나오게 하고 싶다면 김경준과 끼워 팔기로 사면을 해야 할 걸?" 특히나 정 의원의 수감을 막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 온 민주당으로서는 그야말로 딜레마 되겠습니다. 어떻게 빨리 나오게라도 해야 그나마 욕을 덜 먹을 텐데, 만약 이런 '딜'이 떨어진다면 이거 "안 되겠다, 김경준 나오는 걸 막기 위해서라면 당신이 좀 더 있어야겠어." 이렇게 말하기는 쉽지 않겠죠. (물론 정 의원은 자신이 설령 더 갇혀 있더라도 김경준 사면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아마도 삼일절 특사가 이 인질극의 중요한 클라이막스가 되겠지요. 이 때를 놓치면 본격 총선 국면으로 들어가게 되고,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대패해서 야당에게 과반을 빼앗기게 되면 본격적으로 가카의 치적을 열심히 파들어가게 될 것이기 때문에 김경준 처리는 물건너 갑니다(그런데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한다고 해도 그 이후에 원구성을 하고 첫 국회를 열기 전까지 정치 공백 기간을 틈타서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안심해서는 안 될 입니다). 그러니까 삼일절 특사를 이용해서 어떻게든 총선 국면 전에 김경준을 미국으로 보내려는 작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BBK의 실체를 확실하게 밝히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로 김경준이 이 나라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별의별 꼼수가 있었지만 어떻게든 막아 왔습니다. 하지만 가카의 임기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서는 노골적인 몸부림들이 있을 것입니다. 정봉주 의원을 김경준 송환의 인질로 이용하려는 수작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방법이 뭐 있겠습니까? 계속해서 감시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는 것입니다. 사소한 꼼수라도 일어나면 후벼파고 떠들어대서 틀어막아야죠. 꼼꼼하게 잘 감시합시다. 정봉주 의원은 하루속히 말도 안 되는 감옥 생활을 끝내고 돌아와야 합니다. 그러나, 김경준과 세트 사면을 하려는 꼼수가 벌어진다면 그건 절대로 안 될 일입니다. 당장 돌아와야 할 사람은 정봉주 한 사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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