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가 구속되면서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정부가 은행권에 연말 달러 매수 자제 요청(말이 요청이지 정부가 요청하는 걸 압력이라고 생각 안 할 은행이 있나 모르겠네요)을 했다는 사실도 밝혀지고, 검찰이 지목했던 '허위 사실'이 알고 보면 상당한 근거가 있는 사실로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한나라당에서도 적극 미네르바 구속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미네르바는 정부의 외환 정책을 비판해서가 아니라 거짓말을 해서 구속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습니다.

미네르바가 구속되면서 "2008년에 주가 3000 간다던 이명박은 왜 구속 안 시키냐"는 비난이 벌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과 예측 또는 전망은 다르다'는 반론이 있습니다. 물론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과 앞날에 대한 예측은 아무래도 다른 문제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고 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빠져나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대통령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불거진 '광운대 동영상' 논란, 이거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이 동영상에서는 광운대 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하던 사람들 앞에서 "내가 BBK를 설립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모습이 똑똑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제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인터넷 금융회사를 창립을 했습니다. 해서 금년 1월달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을 하고 이제 그 투자자문회사가 필요한 업무를 위해서 사이버 증권회사를 설립을 하기로 생각을 해서 지금 정부에다 제출을 해서 이제 며칠 전에 예비허가가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에 1년반 있는 동안에 많은 것을 생각해 봐서, 제가 21세기에 맞는 내가 이제 대한민국에 와서 인터넷 금융그룹을 만든거죠. 제가 어제자 신문에 증권회사를 만든다 이렇게 났습니다..."

- 참고 기사 : 이명박 "BBK 내가 설립" 광운대 강연

계속 BBK는 자기가 만든 게 아니고 자기도 속았을 뿐이라는 당시 이명박 후보의 주장은 큰 흠집을 내게 됐습니다. 이 동영상을 두고 나경원 의원은 "'BBK를 설립했다'고만 했지 '내가 BBK를 설립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국민들의 언어 실력을 홍어 거시기로 보는 뻥을 치다가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미네르바는 거짓말을 해서 구속됐다"던 홍준표 의원은 당시 이 광운대 동영상을 그저 '덕담'이라고 얼버무렸습니다. 덕담이란 남이 잘 되기를 축복하고 기원하는 것이지, 남이 만든 회사를 자기가 만들었다고 뻥을 치는 말이 아닙니다. 도대체 저게 어떻게 덕담이 된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고 나서 특검까지 벌어졌지만 결국 무혐의로 끝났는데, 여기에 대해서 동아일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BBK를 설립했다"는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의 발언을 담고 있는 `광운대 동영상'은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냈던 BBK의혹에 마지막 불씨를 지폈지만 결국 `과장광고'로 판명됐다.

이 당선인의 `과장광고'는 투자설명회가 아니라 강연에서 나온 것인 만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지만 자신의 인지도를 통해 제휴사를 홍보하려고 사실과 다른 말을 한 것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는 비난의 소지가 있다.

- 관련 기사 : 과장광고로 판명된 ‘광운대 동영상’

자, 미네르바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죄로 구속됐습니다. 그리고 미네르바 때문에 20억 달러를 낭비했다고 검찰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명박의 광운대 동영상은 어떨까요? 인터넷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은 안 되고, 강연회에서는 괜찮을까요? 당시 강연을 듣는 사람들은 주로 기업체 중간급 이상 임직원이나 투자 전문가와 같은, 경제계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이라고 볼 수 있고, 이명박 대통령의 저 말을 직접 들었거나 간접으로 들은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BBK란 회사에 대한 공신력을 믿어 투자한 경우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력 정치인의 거짓말로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서 많은 사회 혼란이 벌어졌고 특검을 비롯한 사회적 소모 비용 역시 미네르바와 비교해서 작다고 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의 거짓말이 그저 '과장광고' 수준이었다면 미네르바 역시 다를 게 없습니다. 공문만 안 보냈다 뿐이지 정부에서 연말에 외환 거래 자제 압력을 금융권에 넣은 것은 정부 자신도 시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네르바는 거짓말 하면 안 되고, 이명박 대통령은 거짓말 해도 괜찮습니까?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은 일개 네티즌보다도 영향력이 없는, 그야말로 허당인 것입니까? "미네르바는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구속됐다"던 홍준표 의원은 그렇다면 '거짓말 한 이명박'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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