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극이 벌어졌습니다. 가자지구가 아니라 용산지구에서 말입니다. 철거 상가의 세입자들이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는 현장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해서 강제 진압을 하다가 불이 나서 경찰 한 명을 포함해서 여섯 명이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21세기의 서울 하늘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출간 30주년을 맞았는데, 아직도 그 소설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물론 세입자들이 화염병까지 들고 격렬하게 저항한 것은 비판 받을 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죽어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 걸로 죽어야 한다면 아마 대한민국에 살아남을 사람 없을 겁니다. 전과 14범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는 일은 더더욱 없었겠지요. 당연히 그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강제진압을 하면 큰 불상사가 날 게 예견되어 있었습니다. 보통 때라면 며칠 기다리고 협상을 하면서 점거 농성을 하는 사람들이 힘이 빠지기거나 일부라도 현장에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진압을 하더라도 시간을 두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불상사가 없도록 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번 일은 점거 하루만에 너무 서둘러서 진압이 이루어졌고, 그것도 어둑어둑한 새벽 시간에 진압을 하면서 불상사가 더욱 커져버렸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농성자와 경찰 모두를 사지로 몰아 넣은 짓입니다.
왜 이렇게 서둘렀을까요? 아무래도 김석기 청장에게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일요일에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어청수의 후임으로 경찰청장에 임명되었습니다. 김석기 청장이란 사람이 어떤 인물이냐, 작년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강경진압에 미온적이었던 한진희 서울청장을 밀어내고 후임으로 들어 온 인물입니다. 인간사냥 마일리지 아이디어도 김석기 청장한테서 나왔을 만큼 그야말로 강경파라 할 수 있습니다. 어청수 청장이 물러난 자리에 더 했으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지 않은 인물이 들어온 셈입니다.
이렇게 서둘러서 강제진압에 나선 것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선물의 성격도 있을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어청수 청장 역시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충성 차원에서 여러 차례 오버액션을 하다가 불교계의 강력 반발을 사서 두고두고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은 계속 어 청장을 감싸고 돌았습니다. 오버하면 오버할 수록 자신에게 더 충성한다고 생각하니, 김석기 청장이라고 해서뭔가 한 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겠습니까? 또한 '까불면 재미 없다'는 차원에서 본때를 보여주는 시범 케이스로서 의미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태는 이렇게 참극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김석기 청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경찰청장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저께까지만 해도 이번에 투입된 경찰특공대를 직접 지휘한 서울경찰청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충성선물로 본때를 확실히 보여 주려던 김석기 청장의 오버액션은 결국 농성자와 경찰 모두를 사지로 몰아 넣고 참사로 막을 내렸습니다. 입만 열면 속도전, 전광석화, 불도저와 같은 말을 내뱉던 이 정부의 조급함이 결국 어떤 결말을 빚을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쓰라린 교훈이기도 합니다. 이런 참사 앞에서도 정부와 경찰이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앞으로 참극은 계속 벌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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