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렇게 하고 보니까 또다른 문제점이 부각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세이프티 카가 발령되었을 때 연료가 다 떨어졌거나 타이어에 펑크가 난 것과 같은 상황 때문에 피트에 들어가야만 하는 차량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페널티를 감수하고 피트에 들어가야 합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여러 차례 생기면서 세이프티 카 규정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게다가 2008년 싱가포르 그랑프리에서는 피트가 폐쇄된 상태에서 들어간 니코 로즈베르크가 페널티를 받고도 2위를 할 정도로 이득을 많이 봤습니다. 피트에 먼저 들어감으로써 얻는 이득이 10초 스탑/고 페널티를 상쇄하고도 남을 수도 있다는 본보기가 된 셈이지요. 그래서 지난 해에 여러 차례 이에 관련된 테스트가 있었고 올해부터는 세이프티 카 규정을 바꾸기로 확정했음을 FIA 레이스 디렉터인 찰리 위팅이 공식으로 밝혔습니다.
바뀐 세이프티 카 규정은 사실 2007년의 새 규정을 폐기하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세이프티 카가 발령되어도 피트 입구를 폐쇄하지 않아서 차량들은 자유롭게 피트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단, 차량의 표준 ECU가 세이프티 카 발령 순간에 드라이버들에게 세이프티 카가 발령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피트로 들어가는 게 걸리는 시간의 하한선을 알려줍니다. 다시 말해서, 서킷을 달리고 있는 어떤 차량의 대시보드에 세이프티 카 발령 사실과 함께 피트 진입 시간 하한선이 26초라는 신호가 떴다면 이 차량은 지금 피트에 들어가고 싶어도 26초보다 빨리 피트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곧, 지금 피트에 들어가고 싶으면 26초보다는 늦은 시간에 들어가도록 속력을 적절하게 줄여야 합니다. 이 하한선은 세이프티 카가 발령됐을 때 각 차량들이 서킷 어디에 있으며 피트 입구까지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파악하고 그 거리와 세이프티 카 상황에 따른 적정 속력을 가지고 계산한 결과로 컨트롤 타워에서 각 차량마다 계산된 피트 진입 하한선을 통보합니다. 작년 그랑프리 경기 기간 도중 테스트 세션에서 이 기능을 여러 차례 테스트했으며 FIA는 이 시스템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시스템을 들여옴으로써 피트 입구 폐쇄 때문에 생긴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한편으로 차량들이 세이프티 카 상황에서 피트로 들어오기 위해서 너무 빨리 달리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시스템 에러로 제대로 정보가 뜨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가 뜰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일단은 여러 차례 테스트에서 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결과는 두고 볼 일입니다. 어쨌거나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아서 레이스를 통제할 필요도 있겠지만, 어쩐지 스포츠 경기 상황에서 일어나는 각종 통제는 기계보다는 사람의 힘으로 하는 게 그래도 스포츠다운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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