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죄송스런 말씀. 이런저런 사정으로 너무 리뷰가 늦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솔직히 좀 가물가물합니다. 무엇보다도 사고는 많았지만 경기 자체로만 보면 별 박진감 없이 기차놀이만 열심히 한 경기다 보니 어째 리뷰 쓰기가 좀 싫더군요. 그래도 올해는 꼭 전 경기(한국 그랑프리 빼고) 리뷰를 해 보리라! 하고 결심한 바가 있으니 할 일은 해야죠. 그래서 이번에는 시시콜콜하게 쓰지 않고 중요한 부분만 쓰려고 합니다.




2010 포뮬러 1 여섯 번째 라운드는 바로 포뮬러 1 최고의 경기로 손꼽히는 모나코 GP입니다. 모든 경기가 다 그렇겠지만 드라이버들이라면 꼭 한 번 이곳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어 합니다. 좁은 시가지에서 펼쳐지는 레이스인 만큼 조금만 실수를 해도 곧바로 가드레일에 쾅! 하고 박아서 리타이어하기 십상인 경기입니다. 그 사실을 바로 페르난도 알론소가 증명해 줬지요. 세 번째 연습주행에서 방호벽을 들이받고 차량이 심하게 망가지는 바람에 결국 예선을 포기하고 피트 레인에서 레이스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실 모나코는 앞지르기가 거의 어려울 정도로 도로 폭이 좁은지라 아주 재미없는 레이스가 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림 같이 아름다운 시가지, 해안에 정박되어 있는 요트들 사이를 헤치고 달리는 차량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한폭의 그림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경기를 잊고 풍광에 도취되기도 하지요. 어쨌거나 안 그래도 재급유 금지로 차량들이 몸이 둔해지면서 앞지르기가 잘 안 되는 올 시즌인데 게다가 모나코라... 사고가 없다면 예선 성적이 그대로 레이스 성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선 결과 마크 웨버가 레드 불의 시즌 전 경기, 그리고 6연속 폴 포지션에 도장을 꽝 하고 찍었습니다. 놀라운 건 르노의 로베트르 쿠비차인데, 막판에 웨버가 폴을 나꿔채기 전까지 톱 타임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레드 불의 세바스티안 베텔이 3위, 그 뒤는 마사 - 해밀튼 - 로즈베르크 - 슈마허 - 버튼이 잇고 있습니다. 과연 모나코 우승의 영광은 누구에게 돌아갈 지, 그리고 피트에서 출발해야 하는 알론소는 과연 포인트권 진입에 성공할 수 있을 지, 레이스 동안 2천 번이나 기어 체인지를 해야 하는 만큼 트랜스미션을 혹사시키는 이 트랙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주인공은 누구일 지, 이제 막이 오르는 레이스에 모든 모터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습니다(설마하니 미키 루크가 레이저 채찍 들고 나타나서 깽판 부리는 일은 없겠죠?).




그나저나 새로운 팀들은 이번 경기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 같습니다. 한 바퀴의 거리가 워낙에 짧은 이곳에서 78 바퀴를 주행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신규 팀들의 차량이 백마커로 걸리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안 그래도 좁고 빡빡한 시가지 서킷이라서 이들이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을 텐데, 만약 실수로 박기라도 한다면... 레이스에 엄청난 변수가 될 것입니다. 다른 차량을 박으면 그것도 난리가 날 거고, 방호벽을 들이받아도 런-오프 영역이 거의 없는 이곳은 사고가 세이프티 카, 심지어는 적기로  이어지 경우가 많습니다. 과연 세이프티 카가 몇 번이나 나올지도 궁금합니다. 아마 알론소로서는 꼭 세이프티 카가 나와 주기를 바라겠죠.




알론소는 아예 시작하자마자 다시 피트로 들어가서 타이어를 갈고 끝까지 뛰는 작전을 쓸 것 같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모나코에서는 세이프티 카가 발령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알론소로서는 그런 도박수를 쓸만 합니다. 알론소의 타이어 관리 능력이야 브리지스톤에서 감탄할 정도이고, 어차피 고속 코너도 별로 없기 때문에 타이어 마모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알론소로서는 쓸 수 있는 최선의 작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드디어 레이스 시작입니다. 쿠비차가 조금 느리게 출발하는 바람에 베텔이 2위를 나꿔챘습니다. 어떻게든 자리를 찾아 보려고 쿠비차가 베텔을 밀어 봤지만 오히려 결과가 안 좋았습니다. 한편 챔피언십 선두인 버튼은 11위까지 미끄러져버렸습니다.





일단 웨버 - 베텔 - 쿠비차 - 마사 - 해밀튼 - 바리켈로 - 슈마허 - 로즈베르크 - 리우치 - 슈틸 순으로 정리됩니다. 그런데 첫 바퀴에서 윌리엄스의 니코 훌켄베르크가 터널 출구에서 차량이 대파된 채로 서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곧바로 세이프티 카가 발령됐습니다. 모나코가 이렇습니다. 트랙 바깥 공간이 없다 보니까 사고가 나면 트랙 안에 멈춰서 있게 되고 잔해도 거의 트랙 안쪽으로 흩뿌려집니다.




리플레이를 보니까 터널 커브에서 가드레일을 거의 쓸다시피 했습니다. 바깥쪽 라인을 탔다가 그립 부족으로 제대로 코너링을 하지 못한 듯합니다. 이곳이 모나코에서는 가장 빠른 구간 가운데 한 부분이지요.




역시 알론소가 한 바퀴만 마치고 곧바로 하드 타이어로 바꾸고 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피트 출발인 관계로 어차피 꼴찌로 레이스를 시작해야 하는 판에 고맙게도 세이프티 카까지 나와 주셨으니 피트스탑으로 손해 볼 건 전혀 없습니다. 앞으로 알론소는 피트에 안 들어온다고 가정했을 때 다른 주자들이 피트스탑하는 만큼 고스란히 이득을 볼 것입니다. 알론소로서는 훌켄베르크한테 이따 끝나고 맥주라도 한 잔 사 줘야 할 일이죠. 물론 알론소의 타이어 관리 능력을 믿는다는 전제에서 말이죠. 글쎄, 이런 도박수를 또 쓸 팀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위 팀이라면 이런 작전이라도 한번 해 볼만 한데요. 좀처럼 앞지르기가 힘든 곳이라서 일단 순위를 잡으면 다른 서킷보다 순위 유지가 쉬운 편이기 때문입니다. HRT의 브루노 세나가 스탑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어어? 그런데 이게 웬일? 아직 세이프티 카 발령 상황에서 차량에서 탈출하는 젠슨 버튼의 모습이 보입니다. 차량에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으로 봐서는 엔진 블로우 같은데... 이게 웬 날벼락? 이렇게 되면 오늘 경기로 챔피언십 리더는 베텔이든 웨버든 누구든 확실히 바뀔 것 같습니다.

레이스 초반에 왜 이런 날벼락 같은 일이 일어났을까요? 그것도 안정성이라면 알아주는 메르세데스 엔진이 말입니다. 알고 보니 팀의 실수였습니다. 사이드포드의 라디에이터 쪽에 엔진의 열을 식히기 위해서 강제로 바람을 넣는 장치를 달아 놨는데 그리드 정렬을 위해서 트랙으로 나갈 때 팅에서 깜빡하고 사이드포드 안쪽에 넣는 장치를 안 뺀 겁니다. 거기에 세이프티 카 상황이 되고 보니 엔진이 과열돼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

무슨 말인지 잘 모르실 것 같아서 좀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사실 모나코는 타이어나 엔진에 그렇게 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곳은 아닙니다. 일단 긴 직선 구간 같은 곳이 없으므로 엔진이 풀 스피드로 무리할 일도 없고 타이어나 브레이크도 그렇게 심하게 혹사당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레이스 한 번에 기어 체인지가 2천 번이 넘기 때문에 기어박스가 고생을 하죠. 모나코 트랙에서 가장 까다로운 문제는 뜻밖에도 냉각 문제입니다.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라디에이터로 들어가는 공기도 빠르지 않고 그때문에 엔진이나 브레이크의 냉각 성능이 떨어질 수가 있습니다. 물론 팀에서는 그에 맞춰서 라디에이터 크기를 충분히 키우거나 하는 대책을 쓰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이란 게 있는 법입니다.

2006년 모나코 그랑프리에서도 당시 맥클라렌에 있던 키미 라이코넨이 이와 비슷한 일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라이코넨이 피트스탑을 마치고 트랙에 나오자마자 세이프티 카가 발령되는 바람에 대열을 지어서 주행하다가 갑자기 엔진 블로우로 리타이어했습니다. 포뮬러 1의 엔진은 공회전 상태에서도 4000 rpm 정도를 유지합니다. 이 정도면 일반 승용차 같으면 고속도로 주행 속도죠. 따라서 피트스탑 때 차량이 서 있으면 라디에이터로 거의 기류가 흐르지 않기 때문에 엔진 온도가 많이 올라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랙으로 나와서 주행을 하면서 열을 식혀야 하는데 세이프티 카가 나와 버리는 바람에 충분한 속도의 기류를 공급 받지 못해서 결국 엔진 과열로 리타이어가 된 거죠.



버튼 역시도 이런 비슷한 상황이 된 겁니다. 화살표로 표시된 곳이 사이드포드로 저기에 뚫린 구멍으로 공기가 들어가면 그 안에 있는 라디에이터를 거치면서 엔진 냉각수를 식혀 줍니다. 보통 차량들이 개러지 안에 있을 때에는 피트스탑 때처럼 라디에이터로 기류가 흐르지 않기 때문에 강제로 바람을 불어넣어주는 장치를 사이드포드에 달게 됩니다. 맥클라렌은 밖에서 바람을 공급하는 장치와 사이드포드 안으로 바람을 넣어주는 장치가 일체형이 아닌 조립형입니다. 그런데 팀에서 실수로 버튼을 내보낼 때 바람을 넣어주는 장치를 안 뺀 겁니다. 그러니 이 장치가 사이드프드를 막은 꼴이 되어 엔진이 과열된 거죠. 게다가 레이스가 시작하자마 세이프티 카가 나와서 엔진을 식힐 여유를 안 준 겁니다. 그래서 결국 엔진 블로우. 올 시즌에 참 럭키 가이였던 버튼입니다만 이번에는 운이 영 안 따라 주네요.




7 바퀴째에 가서야 레이스가 재개 됩니다. 일단 별 사건 없이 순위가 유지되는 채로 레이스가 이어집니다. 선두 마크 웨버는 가장 빠른 랩 타임을 찍어가면서 스페인에 이어서 2연승을 향한 순항을 이어 나갑니다. 한편 알론소는 버진 레이싱 팀의 루카스 디 그라시 뒤에 잡혀 있습니다. 다른 서킷 같았으면 한입거리도 안 됐을 녀석인데, 역시 모나코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디 그라시의 블로킹에 막힌 알론소가 손을 뻗쳐서 불만을 나타내는 모습이 보입니다. 참, 삐끗하면 그냥 리타이어인 저런 살떨리는 곳에서 저런 사인할 여유도 있고, 대단한 F1 드라이버들입니다.






결국 10 바퀴째에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디 그라시가 삐끗한 틈을 타서 알론소가 아웃을 타고 시케인에서 공략에 성공합니다. 저 구간이 모나코에서는 거의 유일한 앞지르기 기회죠.





19위로 올라온 알론소의 다음 상대는 로터스의 트룰리인데, 아까처럼 터널을 빠져 나오면서 이번에는 손쉽게 요리합니다. 트룰리는 디 그라시만큼 죽자살자 막지는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음 타겟은 버진 레이싱의 티모 글록이죠. 한편 마크 웨버, 베텔보다도 한 바퀴에 0.5초 넘는 월등한 스피드로 선두를 향해 쾌속 질주하고 있습니다. 13 바퀴 째 랩 타임은 웨버가 1:17.979, 베텔이 1:19.132로 1초 넘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15 바퀴째에는 알론소가 앞에 두 주자를 공략했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버진의 티모 글록을 공략합니다. 이번에는 좀 아슬아슬했는데 어쨌거나 17위입니다. 다음 상대는 로터스의 헤이키 코발라이넨. 아마도 신규 팀 중에서는 가장 빡센 상대가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17 바퀴째에 정말로 아슬아슬하게 코발라이넨을 앞질러 나갑니다. 코발라이넨이 조금만 브레이크 조작이 늦었어도 박았을 뻔한 상황인데 알론소 배짱도 알아줘야 합니다.





18 바퀴째에 루이스 해밀튼이 스탑하고 하드 타이어로 바꿉니다. 해밀튼은 알론소 앞으로 나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알론소 상대가 쉬웠죠. 해밀튼이라면 과연 공략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한 가지는 분명한 게, 이 상황이 유지된다면 알론소가 해밀튼 다음 순위는 차지할 수 있을 거라는 점입니다. 이 정도면 포인트권 안에서도 중상위권 정도는 된다는 얘기입니다. 피트 출발한 알론소로서는 이 정도면 그야말로 대박인 셈입니다.




20 바퀴째부터는 피트스탑이 본격화됩니다. 마사, 바리켈로, 슈마허, 리우치가 잇달아 스탑하고 다른 주자들도 계속해서 타이어를 갈고 나갑니다. 이 와중에 21 바퀴째에 메르세데스 GP의 니코 로즈베르크가 1:17.538로 가장 빠른 랩 타임을 찍습니다. 하긴 레드 불만 랩 타임 기록 찍는 더러운 세상은 좀 그렇죠.




23 바퀴째에는 레드 불의 세바스타안 베텔, 그리고 BMW 자우버의 페드로 데 라 로사가 스탑합니다. 그런데 데 라 로사 차량이 출발하지 못합니다. 뭔가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곧이어서 선두 마크 웨버도 스탑합니다.피트에서 나온 웨버는 아직 스탑도 안 한 니코 로즈베르크 앞으로 나옵니다. 그만큼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었다는 얘기죠. 웨버가 1위를 그대로 고수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일방적인 웨버의 분위기입니다.




한편 피트에 멈춰 서 있는 페드로 데 라 로사의 오른쪽 앞 휠에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아무래도 브레이크가 나간 것 같습니다. 결국 리타이어합니다. 올해 자우버 팀 완주하기 참 힘드네요. 머신 트러블이 너무 잦습니다. 엔진 트러블이야 어쩔 수 없다곤 해도...




한편 트랙 위에 있던 버진 레이싱의 티모 글록도 뭔가 문제가 있는 듯 느릿느릿 휘청휘청 달리다가 결국은 런 오프 지대에 차량을 안전하게(?) 주차시키고 리타이어합니다. 사실 많은 팀들이 신규 팀들이 레이싱에 피해나 주지 않을까 걱정을 했습니다만 그래도 피해 안 주고 곱게 리타이어하네요. 오히려 대박 사고는 초반에 윌리엄스의 니코 훌켄베르크가 냈다는...

아무튼 어느 정도 피트스탑이 마무리되고 나니까 알론소는 8위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모나코에서 피트 출발해서 이 정도면 정말 대박이죠. 문제 요소라면 워낙에 일찍 타이어를 갈아서 중후반 이후에는 퍼포먼스가 크게 떨어질 위험이 있다는 건데, 알론소의 타이어 쓰는 솜씨를 믿어 봐야죠. 그리고 모나코가 앞지르기가 워낙 어려운 곳이니 초반과는 달리 거꾸로 알론소가 뒤쫓아오는 차량들을 수비하기가 편하다는 면도 있을 겁니다.




28 바퀴째에는 글록과 같은 팀인 디 그라시도 차량 이상으로 기어다니더니 결국 터널 전 안전지대로 가서 주차해 버립니다. 버진 팀은 오늘 둘다 민폐 안 끼치고 착한(?) 리타이어를 하네요.




29 바퀴째입니다. 데 라 로사에 이어서 같은 BMW 자우버의 고바야시 카무이도 리타이어한 가운데 코발라이넨이 마지막으로 타이어 교체를 위해서 피트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휠 건에 문제가 좀 있는지 타이어를 잘 빼지 못하는 문제가 보입니다. 아까 같은 팀 트룰리도 그랬는데 코발라이넨은 그래도 12초로 피트스탑을 마치고 나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모든 드라이버들이 타이어 교체 완료했습니다.





32 바퀴째에 갑자기 세이프티 카가 발령됩니다. 무슨 일인가? 했는데 카메라가 바뀌면서 윌리엄스의 루벤스 바리켈로의 차량이 파손된 채로 트랙 한 가운데에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오른쪽 앞 휠은 보이지 않고 왼쪽 뒷 휠은 꺾여 있습니다. 소화기까지 뿌린 걸 보면 사고가 컸던 모양입다. 레이스 시작 때는 훌켄베르크가 일으킨 사고로 세이프티 카가 발령되더니, 오늘 윌리엄스는 세이프티 카를 부르는 팀이네요.






마세느에서 왼쪽 뒤 타이어 펑크로 스핀한 듯한 모습입니다. 왼쪽 가드레일을 차량 뒤쪽으로 들이받은 다음 미끄러져서 다시 반대편 가드레일을 받았습니다. 웨버와 베텔 사이의 15초 넘는 격차도 이렇게 되면 싹 줄어들게 되는 셈입니다. 웨버의 페이스가 워낙에 좋아서 별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중위권에서는 혹시 레이스 재개 때 뭔가 일이 날 지도 모를 일이죠.




그런데 리플레이를 보면 리타이어 한 바리켈로가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는 행동을 합니다. 차량이 멈춘 후 스티어링 휠을 트랙에 집어던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규정에서는 드라이버가 차량에서 빠져 나올 때에는 반드시 스티어링 휠을 제자리에 다시 꽂아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콕핏이 워낙에 좁기 때문에 드라이버가 차량 밖으로 빠져 나오기 위해서는 스티어링 휠을 뽑아야 하는데, 그러나 드라이버가 밖으로 나온 다음에는 다시 스티어링 휠을 차량에 제대로 꽂아야 합니다. 그래야 마샬들이 차량을 대피시키기 위해서 스티어링 휠을 쓸 수 있으니까요.





하물며 바리켈로처럼 스티어링 휠을 트랙에 던진다는 건 말이 안 되는 행동입니다. 그것도 세이프티 카 대열이 지나가는 오른쪽으로 던지는 바람에 HRT의 카룬 찬독과 브루노 세나가 이 스티어링 휠을 밟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바리켈로는 상황이 워낙에 급박해서 빨리 탈출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했고, 심사위원회에서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차량에서 빠져 나온 다음에 콕핏 패드를 다시 제자리에 끼우는 여유는 있었으면서도 스티어링 휠을 차량 위에 놓거나 하지 않고 그것도 트랙 위에 집어던져서 다른 차량들에게 커다란 위험을 끼칠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 아무런 처벌이 없다는 건 이해가 안 가는 일입니다. 뭐 어쨌거나, 저는 심사위원은 아니니까 제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요.




34 바퀴째에 다시 레이스가 시작됩니다. 알론소는 6위까지 올라왔네요. 한편 맥클라렌 팀에서는 루이스 해밀튼에게 교신을 통해서 브레이크 온도가 높다면서 앞쪽 브레이크를 잘 관리하라고 지시합니다. 역시 모나코가 발열 문제가 참 난감한 곳입니다. 브레이크 문제로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던 베텔은 괜찮을까요?





44 바퀴째입니다. 뜬금없이 세 번째로 세이프티 카가 발령됩니다. 아무리 봐도 사고가 일어난 상황은 아닌데 무슨 일일까요? 레이스 컨트롤 공지를 통해 의문이 풀렸는데, 턴 3에서 맨홀 뚜껑이 빠진 모양입니다. 글쎄, 이런 걸 시가지 서킷의 낭만이라고 해야 할 지. 나중에 밝혀진 사실입니다만 바리켈로가 사고를 당한 이유도 바로 이 맨홀 뚜껑을 밟고 컨트롤를 잃은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중국 그랑프리 생각이 나네요. 당시 맥클라렌 팀의 후안 파블로 몬토야가 연석을 타고 코너링을 하다가 맨홀 뚜껑을 밟고 리타이어한 적이 있었죠. 아무튼 맨홀 뚜껑도 열리고 바리켈로 뚜껑도 열리고..




46 바퀴째에 다시 레이스가 재개됩니다. 남은 바퀴수가 33 바퀴. 경과 시간은 1시간 7분. 두 시간 규칙에는 안 걸릴 것 같긴 한데 세이프티 카가 또 나온다면 어떻게 될 지는 모를 일입니다. 참고로 포뮬러 1에서는 전체 바퀴 수가 다 채워지지 않아도 레이스 시작 2 시간이 지나면 그 때 결승선을 통과한 순위대로 경기가 끝납니다.




47 바퀴째에 터널 출구 시케인에서 마사가 살짝 트랙을 벗어나는 모습이 보입니다. 숏컷이긴 하지만 가벼운 정도고 이걸로 순위에서 딱히 이득을 보았다고 생각하긴 어렵죠. 그냥 넘어갑니다.




52 바퀴째에 페라리에서 마사에게 앞쪽 타이어를 관리하라고 지시합니다. 아직 문제는 없지만 필요하면 앞쪽 날개 각도 조절을 통해서 관리하라고 지시합니다. 참고로 현재 포뮬러 1 차량의 앞쪽 날개는 주행 중에 드라이버가 한 바퀴에 두 번, 각도는 6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가동식 장치입니다. 서킷 특성에 따라서 드라이버가 앞쪽 그립을 조절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타이어 마모가 문제가 될 경우에 이 각도를 조절해서 앞쪽 다운포스를 낮춤으로서 마모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앞쪽 그립이 떨어져서 언더스티어가 날 확률이 높아지겠죠.




62 바퀴째에 코발라이넨과 세나가 피트로 들어옵니다. 세나는 아예 개러지로 들어가서 리타이어하고, 코발라이넨은 피트에서 출발하지 모합니다. 엔진은 돌아가는데 출발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아무래도 코발라이넨 역시 리타이어할 것으로 보입니다. 24대 중에서 아홉 대가 리타이어 해서 이제 15대가 남았습니다.




후반부는 거의 마크 웨버의 타임 트라이얼 쇼 분위기입니다. 62 랩에서 1:15.796, 63 랩에서 1:15.318로 계속해서 기록을 단축해 갑니다. 65 바퀴째에는 팀에서 웨버에게, "살살 달려라 좀! 특히 브레이크!" 하고 외칠 정도입니다. 하지만 웨버 가는 길을 누가 막으랴! 베텔도 가장 빠른 랩 타임 기록을 내면서 쿠비차와 넉넉한 차이를 보입니다. 한편 마사와 해밀튼의 격차도 꽤 벌어집니다. 역시 해밀튼이 브레이크 문제로 고생하는 것 같습니다. 알론소와는 비슷비슷한 랩 타임인데, 알론소가 아무리 타이어 관리의 귀재라고 해도 타이어 상태가 썩 좋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 상위권에서 별다른 순위 변동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거의 레이스가 끝나가는 72 바퀴째입니다. 레드 불의 원투 피니시가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포스 인디아는 아드리안 슈틸이 9위, 비탄토니오 리우치가 10위에 올라서 더블 포인트를 낚을 분위기입니다. 메르세데스 GP는 다시 한번 슈마허가 로즈베르크보다 앞 순위에 오르면서 노익장을 과시할 듯합니다.




이렇게 그냥 끝날 것 같았던 분위기였습니다만, 운명의 신이 그럼 너무 재미없다고 생각했는지 74 바퀴째에 일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로터스의 야르노 트룰리의 차량이 HRT의 카룬 찬독 차량 위에 올라탄 모습이 보습니다. 마지막 라스카세 헤어핀입니다. 거의 SC가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라스카세에서 트룰리가 찬독 안으로 파고 들려다가 서로 옆이 닿으면서 트룰리가 찬독을 올라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위험했네요. 만약 트룰리 차량의 휠이 찬독의 머리라도 때렸다면 치명적인 부상을 당할 뻔했습니다.





아무리 포뮬러 1 차량의 안전성이 향상된다고 해도 콕핏이 개방형인 이상은 언제든 이런 위험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여간 딱히 누가 잘못했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트룰리가 확실히 앞으로 치고 나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찬독이 아예 빠질 공간이 없이 틀어막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사고는 그냥 넘어갑니다.




3 바퀴 남은 상황에서 세이프티 카가 나왔으니 레이스는 이대로 세이프티 카 발령 상황에서 끝날 듯합니다. 한편 르노의 비탈리 페트로프가 피트스탑했는데, 리타이어 합니다. 어차피 이미 포인트권도 아니고, 전체 바퀴수의 90%는 넘었으니까 완주 처리는 되겠죠 뭐.




이제 라스트 랩입니다. 세이프티 카가 들어간다는 공지가 뜹니다. 예전에는 그냥 세이프티 카가 끝까지 대열을 선도하면서 체커 깃발을 받았지만 규정이 바뀌면서 마지막 바퀴에서 세이프티 카가 들어가고 선두가 앞지르기 없이 체커 깃발을 받게 됩니다. 세이프티 카가 앞장서서 체커를 받는 것보다야 이 편이 그림은 이게 낫긴 하죠.





세이프티 카가 피트로 들어갑니다. 이제 앞지르기 없이 그대로 순위를 유지한 채로 체커 깃발을 받게 됩니다. 결국 레드 불이 원투 피니시를 거두면서 마크 웨버는 스페인에 이어서 2연승을 거둡니다.




그런데 어? 기쁨에 겨워서 펄펄 뛰는 레드 불 팀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가운데, 찍혀 나오는 순위표에서 슈마허와 알론소의 순위가 바뀌어 있습니다. 분명히 알론소가 슈마허 앞이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알론소가 세이프티 카 상황에서 스핀이라도 한 걸까요?





리플레이를 보니 세이프티 카가 들어간 다음에 슈마허가 알론소 오른쪽으로 나와서 앞질러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어어, 분명히 앞지르기 금지인데 왜 이런 일을...?

결국 이게 문제가 돼서 슈마허는 드라이브-스루 페널티를 받습니다. 레이스 종료 5 바퀴 전, 또는 레이스 뒤에 이 벌칙을 받으면 기록에 20초를 가산합니다. 그 바람에 슈마허는 12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이에 대해서 메르세데스 GP에서는 세이프티 카가 들어가고 녹색 깃발이 나왔기 때문에 레이스 상황이라고 주장하면서 항소할 뜻을 밝혔습니다만 결국 나중에 항소를 포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얘기해 보자면 포뮬러 1 경기 규정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습니다.

40.7  ... 앞지르기는 세이프티 카가 피트로 돌아간 다음에 차량들이 첫번째 세이프티 카 라인에 이르기 전까지 금지된다...

슈마허와 메르세데스 GP 쪽에서는 이를 근거로, 세이프티 카가 피트로 들어갔고, 알론소와 슈마허의 차량이 첫 번째 세이프티 카 라인을 지나고 나서 앞지르기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앞지르기가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SC 보드가 들어갔고 녹색 깃발이 제시되었기 때문에 이는 앞지르기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40.13 조항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40.13  만약 세이프티 카가 활동 중인 동안에 레이스가 끝나면 세이프티 카는 마지막 바퀴의 끝에 피트 레인으로 들어가며 차량들은 앞지르기 없이 보통 때처럼 체커 깃발을 받는다.


법에서 적용되는 원칙 가운데 하나는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규정보다 특정 상황에 적용되는 규정이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특정 상황에 대한 규정이 아무 의미가 없지요. 아무튼 FIA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세이프티 카에 대한 규정을 좀 더 명확하게 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마크 웨버는 2연승을 거두면서 단숨에 드라이버 챔피언십 순위에서 1위로 도약했고, 레드 불 역시 컨스트럭터 순위에서 1위에 등극했습니다. 반면 수위에 있었던 젠슨 버튼은 리타이어로 1 포인트도 못 건지면서 4위로 미끄러졌고 맥클라렌 팀 역시 레드 불은 물론 페라리에게도 밀리면서 1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습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예선에서 폴 포지션을 놓치지 않으면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 레드 불이었지만 레이스에서는 잦은 머신 트러블로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두었는데 이제서야 제 모습을 찾은 듯합니다.




다음 경기는 터키에서 열립니다. 이곳은 워낙에 페라리의 펠리페 마사가 단골 우승을 차지하던 곳인데 올해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레드 불은 2연승의 여세를 몰아서 올 시즌을 압도할 기세고, 어떻게든 이를 저지해야 할 맥클라렌과 페라리가 얼마나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줄 지도 관건입니다. 과연 레드 불의 독주 체제가 굳혀질 지, 다른 팀들이 뭔가 전환점을 마련할 지, 터키에서 어느 정도 판세가 나올 듯합니다. 그나저나 다 좋은데, 기차놀이는 이제 좀 그만 봤으면 싶네요.


Pos No Driver Team Laps Time/Retired Grid Pts
1 6 Mark Webber RBR-Renault 78 1:50:13.355 1 25
2 5 Sebastian Vettel RBR-Renault 78 +0.4 secs 3 18
3 11 Robert Kubica Renault 78 +1.6 secs 2 15
4 7 Felipe Massa Ferrari 78 +2.6 secs 4 12
5 2 Lewis Hamilton McLaren-Mercedes 78 +4.3 secs 5 10
6 8 Fernando Alonso Ferrari 78 +6.3 secs 24 8
7 4 Nico Rosberg Mercedes GP 78 +6.6 secs 6 6
8 14 Adrian Sutil Force India-Mercedes 78 +6.9 secs 12 4
9 15 Vitantonio Liuzzi Force India-Mercedes 78 +7.3 secs 10 2
10 16 Sebastien Buemi STR-Ferrari 78 +8.1 secs 13 1
11 17 Jaime Alguersuari STR-Ferrari 78 +9.1 secs 17
12 3 Michael Schumacher Mercedes GP 78 +25.7 secs 7
13 12 Vitaly Petrov Renault 73 Retired 14
14 20 Karun Chandhok HRT-Cosworth 70 Accident 23
15 18 Jarno Trulli Lotus-Cosworth 70 Accident 19
Ret 19 Heikki Kovalainen Lotus-Cosworth 58 Steering 18
Ret 21 Bruno Senna HRT-Cosworth 58 Hydraulics 22
Ret 9 Rubens Barrichello Williams-Cosworth 30 Accident 9
Ret 23 Kamui Kobayashi BMW Sauber-Ferrari 26 Gearbox 16
Ret 25 Lucas di Grassi Virgin-Cosworth 25 Wheel problem 21
Ret 24 Timo Glock Virgin-Cosworth 22 Rear suspension 20
Ret 22 Pedro de la Rosa BMW Sauber-Ferrari 21 Hydraulics 15
Ret 1 Jenson Button McLaren-Mercedes 2 Engine 8
Ret 10 Nico Hulkenberg Williams-Cosworth 0 Acciden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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