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는 건가? 못하는 건가?" 이 차이는 꽤 큽니다. 남들이 못 하던 것을 한다면 큰 자랑거리일 수 있지만,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는 게 자랑이 되는지는 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이번에 네이버에서 블로그에 적용한 스마트 에디터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예전 에디터보다는 훨씬 향상된 기능으로 많이 칭찬을 받고 있습니다. 좀더 자유롭게 모양을 꾸밀 수 있는 다양한 기능들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부분에서는 네이버, 더 나아가 우리나라 웹에서 고질화된 마인드, 곧, 비주얼을 위해서 표준이나 권고안을 무시하는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윈도우, 그리고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우리나라 컴퓨터 시장을 독점하는 데에 웹 문화가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죠. 물론 여기서 네이버의 공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은 네이버에서 파이어폭스로 서핑하는 환경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몇몇 부분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는데, 스마트 에디터에서도 역시 그런 아쉬운 점들이 있습니다.


글자 크기를 포인트 단위로 지정한다

스마트 에디터에서는 이 점을 큰 자랑거리로 여기고 있습니다만, 이건 표준으로 권장되는 방법이 아닙니다. 보통은 <font size="1~7">과 같은 태그를 쓰던가, 스타일 시트를 쓸 거면 "small", "x-small"과 같은 형태로 크기를 지정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웹 브라우저에서는 텍스트 크기를 '크게', '작게'와 같은 식으로 조절할 수 있는데, 스마트 에디터처럼 글자 크기를 절대값으로 주면 브라우저의 크기 조절 기능이 무력화되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드신 분이나 시력이 약한 분들은 텍스트 크기를 충분히 키워야 할 경우가 종종 있는데, 조절 기능이 무력화되면, 이런 분들이 웹 페이지를 볼 수 없게 됩니다. 외국 에디터들이 <font size="1~7"> 태그를 쓰는 건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표준 권고안을 지키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무시한 걸 자랑으로 삼고 있으니, 이걸 도대체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글자색과 배경색을 트루 컬러로

또한 스마트 에디터에서는 배경색과 글자색을 트루 컬러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자랑스러워합니다. 이것 역시도 문제입니다. 표준 웹 컬러 256 색 바깥에 있는 색깔들은 브라우저나 운영체제에 따라서 색깔이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도 홈페이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경험했던 일입니다. 물론 이미지와 같은 부분에서는 트루 컬러를 쓴다고 해도, HTML 태그에서 이렇게 표준 권고를 위반할 것을 조장하는 모습은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브라우저 호환성 문제

스마트 에디터에서는 웹 폰트 지원이 확대됐다는 것도 자랑스러워합니다만, 이른바 웹 폰트는 IE에서만 지원되는 WEFT 기술로 만들어집니다. 웹 폰트는 글자폭이나 자간이 기본 폰트와 많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다른 브라우저에서는 모양이 흐트러져 보이거나, 폭이 넘치거나 하는 문제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처럼 파이어폭스 쓰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는 기능이죠. 또한 몇몇 기능(툰, 음악, 그림)에서는 ActiveX를 요구하기 때문에 IE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그나마 그 ActiveX는 MS 쪽에서도 퇴출시키려고 하는 기술인데, 네이버에서는 3단계 보안 로그인을 비롯해서 새로운 서비스에서 여전히 ActiveX를 사랑하고 있네요. ActiveX를 단 하나만 써도 다른 브라우저를 지원한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지도 기능도 파이어폭스에서는 완성된 지도를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스마트 에디터가 자랑하는 인용구 스타일 지정하기 기능도 파이어폭스에서는 영역 선택을 하고 기능을 돌릴 경우, 스타일 선택 자체가 아예 안 됩니다.


웹이란 건 PDF 와는 달라서,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장치와 운영 체제, 다양한 웹 브라우저에서 문서를 보게 됩니다. 또한 문서를 보는 사람 역시도 차이가 있습니다. 시력은 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따라서, 표준 권고안은 이런 다양한 환경에서 최대한 웹 문서 호환성을 유지하고, 누구나가 웹 문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가이드라인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쉽게 이런 가이드라인이 무시되고 있습니다.

물론, 스마트 에디터에는 멋진 기능들이 꽤 많습니다. 맞춤법 검사 기능, 레이아웃 템플릿 지원과 같은 공들인 기능들은 자랑할 만합니다. 하지만, 이 공들인 기능 속에서 보이는 표준 권고 무시나 호환성 문제를 보다 보면, 네이버의 마인드는 마치, 윈도우 환경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쓰고, 시력이 괜찮은 사람들에게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 같아서 좀 섭섭합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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