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스마트 에디터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착각하거나 혼동하고 있던 부분을 지적해 주신 분도 있고 해서, 저도 배우는 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생각 틀이 바뀐 건 아닙니다. 오늘 우연한 기회에 스마터 에디터 개발자인 고니님 글을 보게 됐는데, 글자 크기를 고정으로 할지, 가변으로 할지에 대한 글에서 이런 얘기가 있더군요.
당장 em 단위를 사용한 이올린만 봐도,그건 사용자에게 주어진 '선택권'입니다. 도트 피치가 큰 화면에서 좀더 많은 정보를 보기 위해서 글자 크기를 줄이든, 시력이 약해서 글자 크기를 키우던, 그건 사용자들이 선택할 권리입니다. 그리고 개발자는 사용자에게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선택권을 주는 게 좋다고 봅니다. 물론 선택권이 너무 많음으로써 사용자에게 부담이나 혼란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만, 선택권이 가진 문제 하나를 구실로 선택권 자체를 빼앗아야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소수에게는 필요한 선택권이니까요. 물론 '가장 작게' 옵션만 작동이 안 되게 하면 좋겠습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어느 정도 부작용은 감수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다수가 불편하니까 소수에게 필요한 선택권을 뺏아야겠다는 태도가 그다지 달가워보이지는 않습니다.
IE6에서 글자크기를 작게 해놓고 들어가면 눈떠도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반대로 생각한다면 시각적 장애가 있으신 분들은 "능동적"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예전에, 이명박 씨가 서울시 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했을 때 노약자들은 목적지로 어떻게 가야할지에 대해서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이 때 이명박 씨는 이런 식으로 말했죠. "사람들은 인터넷도 찾아 보고 하면서 잘만 타는데 왜 그러냐" 고니님한테 묻겠습니다. 그 zoom 기능 지원되는 브라우저, 고니님이 직접 찾아다니면서 깔아주실 겁니까? 시각장애가 있는 분들이 zoom 되는 브라우저 하나 까는 게 얼마나 힘든 지 생각해 보신 적 있으셨는지요? 능동성만 생각하셨지, 그 능동성을 위해서 일반인들보다 훨씬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한다는 생각은 왜 안 하시는지요?일반 사용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학습시키는 비용보다 능동적인 사용자들에게 zoom 기능이 지원되는 브라우저를 알려주는 편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더 빠를 것 같습니다.
- 자신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일반 사용자들은 자기가 잘못했으리라는 생각은 전혀 안합니다).
- 따라서,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극복할 능동적 의지가 있다. (일반사용자들은 다른 사이트는 잘 나오므로 현재 사이트가 문제있다고 판단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브라우저에서 글자 크기가 조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대다수 사용자들이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데도 최신의 브라우저에서는 그 기능 대신 Zoom 기능을 넣었을까요?사실 글자 크기 조절 기능을 쓸모 없게 만든 것은 사용자가 아니라 웹 개발자/디자이너들이었습니다. pt나 px 같은 고정폭으로 글자 크기를 지정하면 IE에서는 글자 크기 조절 기능을 쓰나 마나입니다. 오히려 CSS에서 어떤 것은 pt로 고정해 놓고, 어떤 것은 글자 크기를 명확하게 지정하지 않아서 크기 조절을 했을 때 웹 페이지가 엉망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글자 크기 조절 기능이 버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웹 개발자의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다니, 이건 적반하장입니다. 물론 고니님은 "난 전에는 그렇게 안 했다, 난 버틸 만큼 버텼다"고 항변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항변으로는 부족합니다. 태도를 바꾸셨으면 어설프게 정당화하려 들지 마시고 그냥 조용히 계시는 게 옳다고 봅니다.
그리고 고니님이 뭔가 착각하고 계시는데, zoom 기능은 글자 크기 조절 기능과는 다릅니다. zoom은 페이지 전체 레이아웃이 다 확대/축소되는 기능입니다. 전체 레이아웃을 완전히 고정되게 박아놓은 홈페이지는 글자 크기만 바꾸게 되면 레이아웃이 이상하게 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지가 많이 섞여 있는 경우에도 레이아웃이 이상하게 될 수 있죠. 그리고 pt 고정으로 글자 크기를 박아 놓은 홈페이지는 글자 크기 조절 기능이 무효가 되고요. 이럴 때는 zoom 기능이 쓸모가 있죠. 하지만 zoom 기능도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zoom으로 배율을 키우면 페이지 폭이 화면 폭을 넘어가 버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텍스트를 읽을 때 왼쪽 오른쪽으로 가로 스크롤을 해 줘가면서 읽어야 합니다. 무지하게 불편하겠죠. 두 가지 기능은 서로 장점과 단점이 있는 기능입니다. 따라서,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할 수 있는 기능이 아닙니다. 글자 크기 조절 기능을 안 쓰기 때문에, zoom 기능이 들어갔다는 건 뭔가 착각하고 계시는 듯합니다.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ActiveX 문제를 생각해 보세요. 웹 개발자들이 편하게 가려고 ActiveX 남발해서 파폭이나 오페라 같은 브라우저는 쓸모 없게 만들어 놓고서는, 이제 와서 '파폭이나 오페라 누가 쓴다고 그러냐'고 큰소리 치는 건 진짜로 적반하장도 유분수입니다.
물론 공공기관도 아닌 사기업이니까... 라고 말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단순한 사기업이 아닙니다. 한국의 웹 트렌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입니다. 그렇다면, 사기업이라는 말만을 앞세우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말하는 대로 했다가는 당장 "글자가 작아졌어요" 혹은 "글자가 커졌어요"라는 질문으로 고객센터가 마비될 지경일텐데 말이죠. UI 라는게 한 사람의 고집대로 이루어지는 것입니까, 아니면 사용자들이 편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까?차라리 이 얘기가 더 솔직하고 이해가 갑니다. 이올린을 들먹이면서 마치 이올린이 사용자들을 고려하지 않고 있거나 잘못하고 있는 암시를 주는 태도는 좀 그렇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릴게요. 그 '사용자 편리한 방향'이라는 말을 가장 입에 많이 담던 사람들이 ActiveX 떡칠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자바 애플릿은 자바 런타임을 따로 깔아야 하고 느리고 어쩌고... 적어도 제가 개발자로 밥 먹고 살던 시절에는 그랬습니다. '사용자 편리'라는 말 만큼 편리한 변명도 없지만, 그만큼 깊은 함정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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