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소설 <경숙이전>의 원작자는 허균도 아니고 원균도 아닌, '병균'이라는 영문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체의 내용은 무척 길지만 지금은 원본이 남아 있지 않고, 본문도 그 일부만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발견된 <경숙이전>의 내용을 공개합니다. 허균이 이 소설을 표절해서 <홍길동전>을 썼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을 만큼, 당시에 이 소설의 인기는 대단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느 겨울 1월 보름께가 되자, 달빛이 밝게 비치고 맑은 바람이 쓸쓸하게 불어 와 사람의 마음을 울적하게 하였다. 경숙은 서재에서 글을 읽다가 문득 책상을 밀치고 탄식하기를,
"여장부가 세상에 나서 명바기를 본받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영어라도 익혀 태솔 자격증을 허리춤에 비스듬히 차고 영어몰입교육을 하여 나라에 큰 공을 세우고 이름을 오래도록 빛내는 것이 여장부의 통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나는 어찌하여 이 한 몸 적막하여, orange와 friendly가 있는데도 orange를 '오륀지'라 부르지 못하고 friendly를 '후렌들리'라고 부르지 못하니 심장이 터질지라.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하고, 뜰에 내려와 발음을 익히고 있었다. 그 때 마침 세종대왕이 또한 달빛을 구경하다가, 경숙이 서성거리는 것을 보고 즉시 불러 물었다.
"너는 무슨 흥이 있어서 밤이 깊도록 잠을 자지 않느냐?"
경숙이 공경하는 자세로 대답하였다.
"소인이 마침 문라잇(moon light)를 인조이(enjoy)는 중입니다. 그런데 만물이 생겨날 때부터 오직 영어만이 경쟁력인 줄 아옵니다. 그러나 소인에게는 경쟁력이 없사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세종대왕이 그 말의 뜻을 짐작은 했지만, 일부러 책망하며 말하였다.
"너 그게 무슨 말이냐?"
경숙이 절하고 말씀드리기를,
"소인이 평생 서러워하는 바는, 소인이 글로벌한 박사학위를 받아 당당한 숙대 총장으로 부임했고, 또 학교에 테솔 과정을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orange를 '오륀지'라 못하옵고 friendly를 '후렌들리'라 못 하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하고, 눈물을 흘리며 적삼을 적셨다. 세종대왕이 이 말을 다 듣고 크게 꾸짖어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으면 orange를 '오렌지'라 하는 것이 당연한데, 네가 어찌 이다지도 방자하냐? 앞으로 이런 말을 하면 내 눈앞에 나타나지도 못하게 하겠다."
이렇게 꾸짖으니 경숙은 감히 한 마디도 더 하지 못하고 다만 땅에 엎드려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세종대왕이 물러가라고 하자 그제서야 경숙은 침소로 돌아와 슬퍼해 마지않았다. 경숙이 본래 말이 많고 영어에 꽂혀 헤어날 줄을 모르는지라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해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곤 하였다. 하루는 경숙이 명바기의 사무실에 가 울면서 아뢰었다.
"소인이 당선인과 더불어 전생의 연분이 중하여, 이번 세상에 인수위원장이 되었으니 그 은혜가 지극하옵니다. 그러나 소인의 팔자가 사나와서 한국인이 되었으니 품은 한이 깊사옵니다. 여장부가 세상에 살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불가한지라, 소인은 자연히 설움을 억제하지 못하여 우리 편만 데리고 공청회를 열고자 하니, 엎드려 바라건대 당선인께서는 소인을 염려하지 마시고 귀한 몸 잘 돌보십시오."
명바기가 듣고, 크게 놀라 말했다.
"대한민국의 천한 발음이 너뿐이 아닌데, 어찌 마음을 좁게 먹어 내 간장을 태우느냐?"
경숙이 대답했다.
"옛날, 노씨 가문의 아들 무현은 상고 출신이지만 일찌기 검사들과 토론회를 열어 검사들을 묵사발을 만듬으로써 '검새'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후세에 전하였습니다. 소인도 그를 본받아 공청회를 열고자 하나 토론 실력이 없어서 우리 편만 데리고 할까 하오니, 당선인은 안심하고 후일을 기다리십시오. 근래에 딴나라당의 눈치를 보니 국민의 사랑을 잃을까 하여 영어몰입교육을 원수같이 알고 있습니다. 큰 화를 입을까 하오니 당선인께서는 공청회를 염려하지 마십시오."
하니 명바기 또한 슬퍼하더라.
발견된 본문은 이것 뿐이지만 대략 줄거리는 구전되어 내려오고 있습니다. 경숙과 명바기는 결국 호륀호후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민심을 잃어서 섬으로 쫓겨가 오로지 영어만 써야 하는 '운하국'을 만들어서 열심히 삽질만 하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주의 : '경숙이'는 '이경숙'과 전혀 관계 없는 인물이며, '명바기'는 '이명박'과는 무관합니다. '당선인'도 '대통령 당선인'과는 무관하며 '인수위원회'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는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물론 '숙대'역시 '숙명여대'를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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