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기대는 안 했습니다만, 결국 민주노동당이 분당으로 가게 될 것 같습니다. (민주노동당 당사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로 이전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 우 썰렁해라) 비대위가 내놓은 일심회 사건 관련자 제명 안건이 부 결됨으로써, 결국 평등파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기대, 또한 자주파, 아니 까놓고 말하면 주사파와 타협할 수 있는 가망성을 접었습니다. 이번에도, 주사파가 끄집어낸 것은 그놈의 '국가보안법' 타령이었습니다. 곧, 민주노동당에서 철폐투쟁 대상으로 삼고 있는 악법을 가지고 제명을 논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며 당사자 해명을 듣지도 않았기 때문에 제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법정에서 스스로도 시인한 일로 혐의 사실이 인정되어서 형을 살고 있는 사람의 해명을 듣자니, 나중에 아마 죽은 사람을 놓고 시체한테 해명을 들어야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할 지도 모르겠네요. 심상정 비대위 위원장은 안건이 부결된 다음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전날 당대회가 파행으로 간 핵심적 이유는 뭐라고 보나?

어제 상황은 국가보안법이 왜 폐지돼야 하는가를 역설적으로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국가보안법이란 말만 나오면 당원의 신상정보와 내부 기밀을 외부 세력에게 넘기고 지시를 받아 활동해도 국가보안법 위반자이기 때문에 잘못을 물을 수 없다는 역설을 목도해야 했다. 국가보안법은 사상의 자유를 억압할 뿐 아니라 진보운동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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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위원장은 국가보안법을 정확히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가보안법이라는 놈이 무서운 것은 무엇이든지 북한과 엮을 수 있도록 편리하게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에 반대하는 그룹들조차도 언제나 혐의 사실에는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이롭게 하는...' 어쩌고저쩌고 하는 구절이 필수 요소로 나옵니다. 가장 황당한 사례는 북한을 '국가자본주의'로 규정하고 가장 극렬하게 북한을 비난해 온 트로츠키 그룹(IS)조차도 재판에서는 북한을 고무 찬양했다는 혐의를 뒤집어 썼던 일입니다. 사실 아무나 북한 고무 찬양으로 엮는 건 무척 쉽습니다. 북한에서 쓰는 통일전선전술이 있기 때문이죠. 통일전선전술이란 아무하고나 손 잡을 수 있고, 단물 빼먹으면 내버리겠다는 술책입니다. 따라서 대충 통일전선전술하고 엮으면 아무나 북한 고무 찬양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의 최대 피해자일 것 같은 주사파가 이런 국가보안법의 특성 때문에 오히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국가보안법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주사파가 지금까지 생명력을 이어오면서 진보 진영에서 기생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국가보안법 덕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북한을 반대하는 반정부인사조차도 북한과 엮어서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왔기 때문에 주사파들 역시도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고 그런 식으로 물타기하기에 아주 편리합니다. 자신들이 북한을 추종하면 북한의 주체사상을 신봉한다는 것을 떳떳하게 밝히치 않는 핑계도 항상 국가보안법입니다. 이번 일심회 관련 문제에서도 드러났듯이 자신들의 간첩질을 합리화시키는 도구 역시 국가보안법입니다. 사실 국가보안법이 아니라고 해도 어떤 나라도 간첩질을 오냐오냐 하는 나라는 없는데도 말입니다. 또한 국가보안법을 바탕으로 북한에 대한 정보를 제한해 온 정부 정책은 역으로 북한에 대한 신비주의를 부채질해 왔습니다.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알 수 없는 순진한 사람들에게 주사파들은 접근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야, 네가 몰라서 그렇지. 북한이 그런 데가 아니라니까? 북한은 말이지, 위대하신 수령님의 영도를 받들어..."

사실 주사파들이 자신들을 '진보'로 포장할 수 있는 구실은 국가보안법 말고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21세기에 어떤 진보가 민족주의를 앞장세우고, 민중들의 피를 빤 돈으로 미셀 피카르니 샤또 라뚜르니 하는 와인이나 처먹는 독재정권을 옹호하며, 핵무기를 '자위'라고 정당화했는지 도저히 기억나는 사례가 없습니다. 그저 자신들이 국가보안법 때문에 피해를 받기 때문에 진보랍시고 떠들고 다니면서 이번 사태를 두고 '진보세력의 분열'을 떠들고 있습니다. 진보세력의 분열은 얼어죽을. 사이비 진보와 결별하는 것뿐입니다.

주체사상을 만드는 데 핵심 중추였던 황장엽조차 남한으로 내려와 수구세력의 사냥개가 된 판에, 그리고 '미제의 괴뢰정권'이 주는 돈과 비료로 겨우 국민들을 먹여 살리면서도 김정일은 와인 처먹는 판에, 국가보안법을 생명줄 삼아서 진보라고 사기치는 주사파들에게 국가보안법 철폐는 자신들의 본색을 숨길 핑계거리가 사라지고, 그럼으로써 명줄을 재촉하는 대재앙일 뿐입니다. 이제 '민족자주당', 혹은 '일심김빠당'으로 다시 태어날 민주노동당에서는 그동안 체면용으로 내걸었던 '국가보안법 철폐' 구호를 거두고, 본색을 드러내서 국가보안법 사수 투쟁에 나서길 기대하겠습니다. 저도 한때 당원이었던 곳이라 정말로 속쓰리지만, 어쩌겠습니까? 새출발을 축하하는 뜻으로 로고도 만들었으니 괜찮으시다면 마음대로 쓰세요. 저작권료 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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