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하늘 님이 맥북 에어에 대해서 '최악'이라는 말을 쓰면서 맹비난하는 글을 쓰셨습니다. 어차피 저는 맥에 관심이 없는 관계로 맥북 에어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인기글로 올라오길래 한번 내용을 봤습니다. 본 소감은 한마디로, 노트북에 대한 개념은 어디다 말아 잡수셨나 하는 겁니다. 참고로 저는 8년째 여러 가지 노트북을 써 왔습니다. 삼성, LG, 소니, IBM, 델, 파나소닉, 후지쯔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모델을 회사 또는 개인 소유로 써 왔습니다. 일단 지금 제 노트북의 사양을 봅시다. 제 노트북은 작년에 산 파나소닉 CF-W5M입니다.
- CPU : Intel ULV U2400 1.06GHz 듀얼 코어 (초저전압)
- 메모리 : 기본 512MB (1.5GHz까지 확장)
- 화면 : 12.1", 1024×768
- HDD : 60GB, 4500 rpm
- ODD : 내장형 DVD-멀티 레코더
- 포트 : USB×2, 모뎀, 이더넷, 모니터 출력
- 배터리 : 10.5시간 (실제 사용해 보면 6-7시간)
- 스피커 : 모노
- 무게 : 1.29kg
저도 USB 포트 2개로는 모자라서 USB 허브 가지고 다니고, 발열 문제 때문에 가벼운 노트북 쿨러 하나 가지고 다닙니다. 물론 어댑터도 가지고 다니고, 마우스도 하나 가지고 다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무게라는 면에서는 확실히 만족스럽습니다. 제 경우에는 노트북을 주로 가지고 다니면서 씁니다. 프리랜서기 때문에 돌아다닐 일이 많습니다. 커피숍에서도 쓰고, 사무실에서도 쓰고, 집에서도 쓰고, 항상 가지고 다니다보니까 가볍고 배터리 오래 가는 쪽을 선호합니다. 지금 쓰는 노트북 전에는 CF-W2A였는데, 몇 년 동안 잘 쓰고, 작년에 CF-W5M, 그러니까 후속 모델로 바꾼 셈입니다. 생긴 건 예나 지금이나 거의 똑같습니다. 그만큼 저한테는 최고의 만족을 준 노트북이었습니다.
노트북은 결코 모든 것을 만족시켜주는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휴대성을 선호하면 어쩔 수 없이 성능은 양보해야 합니다. 성능을 선호하자면 휴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양쪽 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휴대성을 중심으로 개발된 모델은 그렇지 않은 모델보다 성능 자체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맥북 라인에는 맥북과 맥북 프로가 있습니다. 성능을 추구한다면 맥북이나 맥북 프로를 사면 됩니다. 내가 노트북을 어떤 목적으로, 어떤 곳에서 쓸지를 생각해서 그 필요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고르고 나머지는 어느 정도 타협하는 게 노트북을 선택하는 기본 개념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여름하늘 님은 무슨 개념으로 맥북 에어를 판단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휴대성에 중심을 두고 개발한 모델을 놓고서 코어 2 듀오 1.6GHz에 메모리 2GB가 부족하다니,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작업을 하실 셈인가요? 램을 1.5GB까지 증설하긴 했지만, 제 사양으로도 포토샵도 쓰고, 아파치 톰캣 서버에 MySQL까지 돌려가면서 이클립스로 자바 프로그래밍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때때로 발열이 높이 올라가면 확 느려져서 좀 답답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가벼운 무게와 배터리 성능 때문에 만족스럽게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름하늘 님은 최악의 맥북 에어와 비교할 대상으로 후지쯔의 Q2010을 제시하셨는데 한번 볼까요? 먼저 메모리가 기본 1GB에 증설이 안 됩니다. 맥북 에어의 2GB 가지고도 최악이라고 뭐라 하시는 여름하늘 님이 최대 메모리가 1GB란 점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CPU는 듀얼이 아닌 싱글 코어 1.20GHz입니다. 기본 배터리는 달랑 1.5시간! 이쯤 되면 환상적입니다. 결국 외부 활동을 위해서는 배터리 하나 더 사야 합니다. 그것도 최대 3.5시간입니다. 어디까지나 업체에서 주장하는 수치이고 실제 써 보면 업체 수치의 2/3 정도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하여간 1차 2차 다 써야 맥북 에어와 같은 5시간입니다. 그래서 대체로 Q2010 유저들은 배터리 하나를 더 삽니다. 그런데 여름하늘 님은 포트 타령이나 하면서 이런 사양의 격차는 '스펙의 차이는 있지만'이라는 말로 대충 뭉개고 넘어갑니다. 게다가 여름하늘 님은 제대로 확인도 안 해 보시고 Q2010이 맥북 에어보다 두께가 더 얇다고 착각하고 계신데 맥북의 두께는 최대 19.2mm이고 Q2010은 19.9mm입니다. 후지쯔에서 주장하는 건 가장 얇은 부분을 가지고 내세운 겁니다. 게다가 2차 배터리 쓰면 두께는 4mm 더 올라갑니다. 무게는 어떨까요? 노트북 무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배터리인데, 1.5 시간짜리 배터리 달아 놓고서 990g이라고 자랑하는 건 얄팍합니다. 파나소닉 R 시리즈는 역시 990g대이지만 배터리는 10시간 정도 갑니다. 그래서 Q2010이 최악이냐고요? 아닙니다. 휴대성은 무척 높은 수준입니다. 결국 노트북이란 어떤 사양이 돋보이게 부각되면 그를 위해서 희생되는 다른 사양이 있게 마련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여름하늘 님의 글을 보면서 느낀 생각은 도대체 노트북에 대한 개념은 어디다 말아 잡수셨나 하는 겁니다. 빵빵한 사양, 저렴한 가격, 강력한 확장성과 뛰어난 휴대성, 이런 걸 다 만족시켜 주는 노트북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광고만 보면 다들 '카드빚 고민 한방에 해결' 같은 사채광고처럼 '노트북 고민 한방에 해결'해 줄 것 같은 장점만 내세우지만 그 뒤를 보면 항상 아쉬운 부분들이 꽤 많습니다. 결국 노트북을 고른다는 것은 무엇에 중심을 두고 무엇을 양보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입니다. 여름하늘 님의 개념으로는 휴대성에 중심을 두고 개발된 모델들은 거의가 최악의 쓰레기급이라는 판정을 받을 것 같습니다. 물론 맥북 에어가 극찬 받을 만큼 잘 만든 건 아닙니다. 주로 포트 문제를 거론하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노트북에서 휴대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는 ODD 외장형이면 1.3kg보다는 좀더 가벼워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정도 사양이면 노트북에 대한 기본 개념도 없는 사람한테 최악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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