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재즈의 전설, 소니 롤린스가 드디어 한국에 옵니다. 5월 23일과 25일, LG 아트센터에서 내한 공연을 가집니다. 제 자신이 소니 롤린스의 광 팬임을 주장하면서도 새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어제서야 알았습니다. 뒤늦게 예매 사이트를 보니 좋은 자리는 거의 다 매진됐더군요. 그나마 남아 있는 자리들 가운데서 가장 괜찮은 두 석을 예약했습니다. 정말 비싼 가격이었지만, 솔직히 이건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왜? 두번 다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이번이 그가 한국 땅을 밟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확률도 꽤 있습니다.
왼쪽 사진은 소니가 15살 때 모습이고 오른쪽은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75살 때 모습입니다. 소니 롤린스(본명은 테오도어 월터 롤린스)는 1930년 9월 7일생이니까 올해 만으로는 78세, 우리 나이로는 79세입니다. 사실 젊었을 때는 술과 마약으로 절어 있던 방탕한 생활도 한동안 한 몸이라서 지금까지 정정하게 살아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합니다만, 여전히 젊은 사람들을 무색하게 하는 굉장한 색소폰 연주를 보여주면서 앨범과 무대를 넘나들면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니 롤린스의 공식 사이트를 보면 올해 잡혀 있는 공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 April 3: Zellerbach Hall,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CA
- April 5: Cerritos Center for the Peforming Arts, Cerritos, CA
- April 18: John F. Kennedy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Washington, D.C.
- April 26: The Community Theatre, Morristown, NJ
- May 12-19: Tour of Japan
- May 23 & 25: LG Arts Center, Seoul Korea
- July 13: Arena Santa Giulana, Perugia, Italy
- December 9: Tonhalle Zurich, Zurich Switzerland
물론 지난 번에 올렸던 글인 '나이를 잊은 젊은 오빠 재즈맨 4인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소니보다 더 나이가 많은데도 여전히 현역에서 물러나지 않는 행크 존스나 데이브 브루벡 같은 뮤지션들도 몇몇 있습니다만, 체력 소모가 많은 색소폰은 정말 나이든 분들께는 만만치 않은 악기입니다. 게다가 강력한 블로윙으로 음을 쏟아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머릿속에서 끊임없는 즉흥연주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야 하는 하드 밥 플레이어라면 더더욱 힘들 것입니다. 또한 모던 재즈를 얘기할 때 그를 빼놓고는 얘기가 안 될 정도로 재즈 역사에서 그가 미친 영향력이 워낙에 크기 때문에 80이 다 된 나이에도 현역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는 소니의 모습은 많은 뮤지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대체로 노장 뮤지션들은 '살아서 연주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고마워해야 할 활동을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소니는 앨범을 통해서 여전히 좋은 아이디어와 연주력 작곡 실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하루에 두 시간 쯤은 스케일 연습을 할 정도라는데, 아마도 그와 같이 꾸준하고 끊임없는 기본기 다지기가 무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재즈계의 전면에서 거의 이탈하지 않았던 원동력일 것입니다.
물론 모던 재즈 시절, 버드 파웰, 마일즈 텔로니우스 몽크를 비롯해서 이젠 전설로만 기억되는 위대한 재즈의 거장들과 활동하면서 내놓았던 <Saxophone Colossus>, <Way Out West>를 비롯한 줄을 잇는 명반들도 말할 것 없이 재즈의 역사 그 자체일 만큼 위대하지만 저는 나이 들어서 내놓은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작품들을 더 사랑합니다. 특히나 70년대 들어서 밥 크랜쇼에게 콘트라베이스가 아닌 일렉트릭 베이스를 맡겨서 정통파 밥 스타일 연주를 하게 했던 모험은 처음에는 비판을 받았지만 일렉트릭 베이스의 음이 소니의 기름진 색소폰 소리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두 사람은 지금까지도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 내한 공연에도 두 사람은 함께 옵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판들도 주로 나이 들어서 낸 판들입니다. 특히나 노년기에 접어들어 냈던 음반들 중에서도 <Plus 3>(1996), <Without a Song: The 9/11 Concert>(2001) 같은 작품들은 소니를 대표할 만한 걸작으로 손꼽히는 앨범들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에게 첫번째 그래미상을 안겨주었던 작품은 2000년에 발표한 <This Is What I Do>으로 70살에 낸 앨범입니다. 그 뒤로 다시 한번<Without a Song: The 9/11 Concert> 앨범으로 그래미상을 거머쥡니다. 과연 60을 넘은 나이에 젊고 쟁쟁한 뮤지션들을 제치고 이런 대단한 업적을 이룩한 뮤지션이, 굳이 재즈가 아니라도 해도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안타깝게도, 소니에게는 삶과 음악 모든 면에서 평생 동반자였던 루실 롤린스가 작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도 좌절하거나 색소폰을 놓지 않고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그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번에 한국에 오면 손바닥이 부서져라 그의 블로윙 앞에서 원없이 박수를 쳐드릴까 합니다. 나이든 분들의 건강이라는 게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라서 5월까지 무사하게, 건강하게 한국에 오시기를 기원하면서, 올해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오래오래 지칠 줄 모르는 활동으로 꼭 다시 한국 무대에 설 수 있기를 함께 기원해 봅니다. 아무튼 표는 두 장 구했으니! 이제 함께 갈 사람만 구하면 되겠습니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아리따운 여성이었으면 좋겠으나... 뭐, 정 못 구하면 여기서 공개모집이라도 해 볼까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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