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아시겠지만, KBS 1TV는 재난방송주관사입니다. 재난 상황이 있을 때는 아예 정규편성을 다 취소하고 하루종일 뉴스특보를 내보내기도 합니다. KBS 1TV는 광고 없이 수신료로 운영되는 방송이니, 태풍이나 홍수와 같은 재해만이 아니라 긴급 상황에서 신속한 뉴스를 보도해야 하는 것은 수신료로만 운영되는 1TV의 의무라고 봐도 좋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 숭례문 화재를 둘러싼 KBS 1TV의 뉴스속보는 좀 아니올시다였습니다.

화재가 나면서부터 YTN은 뉴스속보를 내보내면서 화재 진화 상황을 계속 중계했습니다. YTN은 남대문로에 있기 때문에 옥상에서 바로 숭례문을 잡을 수 있어서 상황 보도에 유리했지요. 사태가 심각해지고, 지붕 전체가 활활 타는 장면을 제대로 내보낸 것은 YTN밖에 없었습니다. KBS 1TV는 뉴스속보를 내보냈다가 마치고 영화를 내보냈고, MBC는 진행하고 있더던 정규편성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뉴스속보를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는 마침 붕괴가 시작되기 전이라서 MBC에서는 붕괴 장면을 정확하게 보도했습니다. 다른 채널들은 어떤가 싶어서 돌려보니 한참 영화가 방송되는 중에 자막 방송만 나가고 있었습니다. 붕괴가 시작되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니까 sbs도 영화를 끊고 뉴스속보를 내보냈습니다만, KBS는 두 채널 모두 한가롭게 영화를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결국 KBS 1TV는 공중파 방송 3사 중에서 제일 늦게 붕괴 관련 뉴스속보를 내보낸 꼴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나간 뉴스속보도 문제였습니다. 일단 현장에 나간 기자는 말을 계속 더듬으면서 우왕좌왕하는 말로 제대로 상황 전달을 하지 못했고, 아까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에 내보냈던 뉴스속보에서 썼던 원고를 또 읽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소방당국은 기와를 뜯어내고 진화를 하고 있으며 내부의 불씨를 잡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불씨는 무슨. 활활 타서 기와가 다 무너져 내렸는데요. 게다가 화면도 지붕이 붕괴된 현장 상황보다는 초기에 멀쩡했을 때 녹화한 화면을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상황 수습하고 제 페이스 찾는데 시간 좀 걸리더군요.

물론 KBS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을 겁니다. 뉴스속보를 내보냈다가 마친 직후부터 상황이 급속도로 심각해지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지붕 전체가 활활 타고 기왓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사태로 발전하는데도 안이하게 원래 편성됐던 영화를 계속 방송하고 있다가 큰 붕괴가 이루어지고도 한참 지나서야 뒷북으로, 그것도 초반에 부실한 내용으로 뉴스속보를 내보냈다는 건 아무래도 기간방송사로서 제구실을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그깟 영화가 문제입니까? KBS 1TV는 영화채널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가장 정확한 소식을 전달해 줘야 할 의무가 있는 채널입니다. 수신료의 가치는 말로만 실현한다고 광고만 하지 말고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좀 제대로 실현하란 말입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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