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숭례문이 불타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봤습니다. 참... 9.11 테러 때 비행기가 세계 무역센터를 들이 받고 그 거대한 건축물이 무너져내리는 것도 생중계 그대로 봤습니다만, 그때보다 더 머리가 멍한 것 같습니다. 규모는 9.11 테러가 훨씬 더 컸지만 그건 결국 저 먼 나라 얘기고, 숭례문 화재는 우리나라의 얘기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9.11 테러야 정말 상상초월 그 자체였지만, 숭례문 화재는 뭐... 이미 온갖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될 일도 아닌 것이 어쩌면 그렇게 안 되는 쪽으로 착착 겹쳐서 일이 커지는지 희한한 일이랍니다. 도대체 어처구니 없게 화재로 잃어버린 문화재가 낙산사를 비롯해서 몇 개이고, 그때마다 문화재 관리 문제가 항상 제기되었는데 지금까지 국보 1호조차 제대로 관리 못했다는 것, 정말로 한숨만 나오네요.
이미 숭례문은 무너졌고, 복원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까 전문가 얘기에 따르면 복원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합니다. 2-3년 정도 걸릴 것이고 예산은 100억 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복원에 쓸 수 있는 목재도 국내에는 없어서 수입품을 써야 할 판이고, 어쨌든 결국은 진품이 아닌 모조품입니다. 그런데 좋다 이겁니다. 그런데 복원 얘기가 너무 쉽게 나옵니다. 아까 뉴스속보에서 전화 통화를 하던 문화재청 담당자는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완벽하게 복원하겠다고 말하더군요. 아유, 완벽하게 복원하시겠다고요? 대견하십니다. 관리 개판으로 해서 다 태워먹고 복원하면 다예요? 문화재청은 문화를 잿더미로 만든다고 해서 문화'재'청인가봅니다. 왕릉에서 행사한 다음에 고기 구워 먹고 파티할 때부터 얼마나 불에 대한 개념이 없는지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하긴, 당신들 돈 나가겠어요? 국민들 세금 털리는 거지.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왜 복원은 우리 세금으로 해야 하는 겁니까? 이미 경비를 위탁 받았던 경비업체인 KT텔레캅, 관리책임을 져야 할 서울 중구청과 문화재청, 그리고 판단에 실패한 소방방재청의 책임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제 지리한 수건돌리기 싸움이 이어지겠죠. 그 복원비, 이들이 돈 털어서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맨날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사고 치는 놈들은 따로 있고 그 뒷감당은 세금으로 때워야 하고, 이런 거 너무 지겹네요. 100억 원이든 천억 원이든, 이번 일을 저지른 범인도 있겠지만, 안이한 판단과 부실한 관리로 국보 1호를 무너뜨린 책임자들이 돈 내서 복원을 하던가 말던가, 하라고 그러세요. 그 인간들이 돈 못 내고 책임 회피하겠다면 차라리 새카맣게 불타버린 숭례문을 보고 살랍니다. 대한민국의 시스템이라는 게 서울 한복판에 있는 이 큰 문하나 제대로 못 지킬 만큼 엉망진창이라는 걸 아주 똑똑히 보여주는, 타버린 숭례문이야말로 진정한 이 나라의 보물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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