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이나 정육점 간판을 보면 종종 활짝 웃으면서 '내 고기를 먹어 주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소와 돼지의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 무심코 봐 왔던 저 그림을 보면서, '참 인간들은 잔인하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기가 도축되어서 죽은 고기를 파는 곳에서 저렇게 활짝 웃으면서 엄지손가락까지 치켜 들어야 하는 소와 돼지들. 정말 소와 돼지들이 저러고 싶을까요?
그런데 요즘 미국산 쇠고기 논란 속에서 소들이 유난히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것도 참 안 좋은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만평에서도 소들은 악당으로, 아니면 침을 줄줄 흘리면서 벌쭉거리는 진짜 미친 놈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소가 그저 소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를 둘러싼 미국의 축산업자들, 정부들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저 '미친 소'겠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실 저 소들은 아무런 죄도 없는데... 왜 소들이 돈에 미친 사람들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쓰여야 하는가, 싶은 생각이 머릿 속에서 떠나가질 않습니다.
이렇게 광우병 반대 현수막에서도 소들이 악당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의 문제는 미국 소와 한국 사람의 문제가 아니죠. 미국 사람과 한국 사람의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도 저 소들이 아니라 저 소의 고기들을 기어이 한국에 팔아먹어야겠다는 미국의 업자와 정부입니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문제이기 때문에 언제나 사람을 대신해서 소가 악당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미친 건 소가 아니죠. 미친 건 사람입니다. 돈에 미쳐서 소에게 육골분을 먹인 낙농업자들과 이를 눈 감아준 관계당국이 미친 겁니다. 소들은 영문도 모르고 자신의 동족을 갈아 만든 사료를 먹고 병에 걸린 겁니다. 그래서 머리가 터지는 듯한 고통을 겪으면서 죽어갑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아는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미친 소'가 아닙니다. '아픈 소'입니다."
맞습니다. 광우병에 걸린 소들은 미친 소가 아니라, 돈 욕심에 어두운 미친 인간들이 만들어 낸 병에 걸린 아픈 소입니다. 태어나서부터 어미에게서 떨어져서 옴짝달싹하기도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촉진제니 항생제니 하는 약물을 맞아 가면서 살아야 합니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많아지고 고기가 질겨지기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곳에서 자연에서는 먹지 않을 사료들을 먹고, 소가 아닌 쇠고기로 사육됩니다. 운동은 제대로 못 하고 먹기는 많이 먹으니 빨리 살이 찌고, 근육은 없고 지방질이 많아서 마블링이 잘 퍼진 부드러운 고기가 되겠죠. 그리고 그들이 먹는 사료에는 동족의 육체가 들어 있습니다. 그렇게 고기로 사육된 다음에 죽었다고 끝이 아닙니다. 자신의 고기를 많이 팔기 위해서 광고 모델로 활짝 웃음 지으면서 등장하고, 돈에 미친 인간들을 비판하기 위해서 몸소 미친 악당 소로 변신해서 만평에도 현수막에도 등장합니다.
물론 저런 그림을 보고 '문제는 미국 업자들이 아니라 미친 소다'라고 생각할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욕심대로 소들을 마음대로 학대하다가 죽여 놓고서는 간판에, 만평에, 현수막에 저런 식으로 소를 묘사하는 모습을 보면 좀 잔인하다 싶습니다. 쇠고기에 관한 문제니 소를 그리는 게 효과야 좋겠지만, 말 한마디 못 하니 아무런 항변도 못 하는 미물을 꼭 저렇게 괴롭혀야 하는지...
어차피 먹기 위해서 죽이는 것을 나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저도 고기 즐겨 먹는 편입니다. 다만 잡아 먹을 때는 먹더라도,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해서는 고기가 아닌 생명으로 존중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사실 요즘 고기 먹기가 좀 미안해져서 채식주의까지는 안 되어도 먹는 양을 줄이려고 하는데, 요즘 공정 무역 같은 시스템이 있듯이 살아 있을 때만이라도 생명으로 사육되는 공정 사육 같은 시스템이 정착되었으면 싶습니다. 요즘 친환경 매장에 가 보면 좋은 환경에서 사육된 고기를 팔기도 하는데 친환경 마크처럼 이런 사육 환경에 대한 보증을 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섬유가 많고 지방이 적어서 고기가 좀 질겨서 맛이 없다고 해도, 살아 있을 때만이라도 생명으로 대접 받던 고기를 먹는 쪽이 좀 더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맛있게 먹으려면 그런 고기로도 방법은 다 있으니까요.
어쨌거나, 진짜 우리가 봐야 할 소의 모습은 바로 아래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요. 이게 바로 '미친 소'들이 느끼는 진짜 심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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