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공정택 후보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야말로 박빙이었습니다만, 결국은 저조한 투표율 속에서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높았던 강남의 몰표가 결국 이런 결과를 가져 왔습니다. 아마도 촛불을 들었던 많은 사람들은 주경복 후보의 당선을 기대했겠습니다만, 결과를 놓고 실망하는 목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저조한 투표율을 놓고 투표권을 포기한 사람을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이 나라 이 국민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는 실망스러운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로 그런 분들이 글에서 외치는 것처럼 이민 갈 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기대했는데, 실망했으니 지금으로서는 그런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할 겁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식으로 일희일비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싸움이란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습니다. 지는 일이 생길 때마다 이런 식으로 자포자기하는 듯한 실망을 해댄다면 결국 패배의 지름길일 뿐입니다.

생각해 봅시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그렇고 지난 총선에서도 그렇고, 서울에서도 한나라당이 월등한 우세를 차지했습니다. 그게 몇 달 만에 확 돌아설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너무 쉽게 본 겁니다. 냉정하게 본다면 공정택 후보의 마타도어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학부모들이 가진 전교조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나 어떻게든 경쟁에서 남들 다 밟고 내 아이만 잘 되면 된다는 이기심으로 꽉 차 있는 형편에서 주경복 후보가 이만큼 박빙으로 경쟁을 할 수 있었던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볼 것 없이 공정택 압승이었습니다.

또한 이번 선거 결과는 우리들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하는 쓰디쓴 약이기도 합니다. 쇠고기 정국의 촛불민심을 보고, 우리는 그 민심이 주경복 후보를 밀어줄 것이라고 손쉽게 생각한 바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쇠고기와 교육은 다른 문제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자기 자식을 어떻게 해서도 경쟁 속에서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앞서서 이기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젖어 있습니다. 연대보다는 남을 밟고 내 아이를 올라서게 하려는 이 사회의 풍토가 그저 촛불집회로 없어질 수 있었을까요? 교육은 뿌리깊은 이기심으로 가득찬 문제입니다. 내 아이를 위해서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도 내 아이를 위해서 공정택을 찍었을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우린 너무 이 문제를 만만하게 본 것입니다.

우린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만 아직 여기까지밖에 오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실망하고 포기하고 등을 돌린다면 그냥 패배일 뿐입니다. 앞으로도 선거는 계속 있습니다. 총선에서도 의원직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생길 테니, 보궐 선거도 머지 않은 시일 안에 있을 것입니다. 2년 뒤에는 지방자치제 선거도 있습니다. 패배에서 배우고 더 큰 성공을 위해서 성과는 더 키우고 한계는 극복해야지, 이번 선거가 무슨 결승전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그건 조급증입니다. 조급증은 패배의 지름길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단지 '이명박'이라는 한 사람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수십 년동안 이 사회를 지배해 왔던 수구 이데올로기와 그 추종자들, 막강한 여론 주도권을 쥐고 흔들었던 조중동, 그리고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켰던 우리 마음 속에 뿌리 깊게 박힌 이기심입니다. 우리는 그 모든 것들과 길고 힘든 싸움을 해야 합니다. 우리의 싸움이 막걸리 한 잔 걸치고 동네 양아치랑 주먹질하는 그런 단판 겨루기인가요? 쇠고기 정국은 겨우 시작일 뿐이고, 아직 멀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희일비하면서 한 번 깨졌다고 좌절한다면 애초부터 시작하지도 말았어야 합니다. 아니, 잠깐 좌절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싸움에서 이기려면 작은 패배를 극복하고 더 큰 승리를 차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냉정한 반성과 극복하려는 의지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생각을 좀 더 생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낮은 투표율에 대해서 국민들을 욕하기보다는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투표하지 말라는 거나 마찬가지인 선거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지하철역 투표소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지하철역은 접근성도 좋은 편이고 직장에 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남아도는 공간이 꽤 있는 지하철역이 많습니다. 투표소 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투표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리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휴일이 아닌 평일에 이루어지는 선거에 대해서는 지하철역의 공간을 투표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투표 안 한 국민들 욕해 봤자 우리 얼굴에 침뱉기입니다. 그들을 투표로 끌어들일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게 훨씬 영양가가 높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촛불시위에서 수많은 아이디어를 보여줬습니다. 이제는 촛불 바깥에서도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때입니다.

우리의 상대는 동네 양아치가 아니라 국가 권력이고 이 사회을 지배하고 있는 냉전 이데올로기이고 돈과 권력, 미디어를 쥐고 있는 거대한 기득권 세력입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수많은 패배를 겪게 될 것입니다. 그때마다 좌절하고, 우리 뜻대로 가지 않는 민심을 욕하고 그러실 겁니까? 이번 교육감 선거 패배는 우리에게 자만심에 빠지지 말고 똑바로 하라는 따끔한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해묵은 얘기를 다시 한 번 꺼내 보면서 조급증에 빠지지 말고 길고 냉정한 시선으로 긴 싸움을 해 나갑시다. 우리 항상 얘기하잖습니까? 질긴 놈이 이기는 거라고. 그 질긴 놈이 어디 매 한 대 안 맞고 버티겠습니까? 무수한 펀치를 맞고 상처 투성이로 피 철철 흘리면서 승리를 거두는 것입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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