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가 끝나고 곳곳에서 냉소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공정택이 이겼으니까 이제 이명박이 무슨 뻘짓을 해도 국민들은 말할 자격이 없다. 이민이나 가야겠다, 촛불 아고라 다 헛것이다. 이런 얘기들이 많이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냉소주의가 촛불 민심을 불어 끌지도 모를 판입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이제 안심하고 그동안 참아왔던 온갖 복수의 칼을 휘두를 겁니다. 저는 교육감 선거에서 진 것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냉소주의가 곳곳에서 불거져 나오는 게 훨씬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는 패배할 때마다 너무 쉽게 냉소합니다. 쉽게 좌절하고, 쉽게 국민들을 바보로 돌립니다. 이래서는 이길 수 없습니다. 기나긴 싸움은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습니다. 투수가 홈런 한 방 맞을 때마다 좌절하고 '에이, 역시 나 같은 놈은 안 된다니까' 하고 냉소해 버린다면 어떻게 승리투수가 될 수 있을까요? 공을 잘 못 던졌구나, 저 녀석이 워낙에 잘 받아쳤구나, 하고 인정할 거 인정한 다음에 '그래도 아직 멀었어. 지금부터 잘 던지면 이 경기 이길 수 있어' 하는 마음으로 공을 던져야 승리투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수구꼴통'들의 근성 중에서 배울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적어도 저들은 국민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 냉소하지는 않습니다. 선거에서 졌다고 해서 자기들 뜻을 따르지 않은 국민 전체를 가지고 냉소하지 않습니다. 좌빨들 탓이고 노무현 탓이고, 뭔가 그들이 적으로 돌릴 타겟을 잡고 때리는 식입니다. 그리고 '좌빨들에게서 국가와 국민들을 구해야 한다'고 외칩니다. 그들이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보내고 정권을 다시 찾은 데에는 냉소하고 등을 돌리기 보다는 끊임없이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 들어갈 틈을 찾고 작은 패배에 손쉽게 국민들 전체에게 냉소를 날리지 않으면서 오히려 '적들'에 대한 투지를 불태운 끈질김도 한몫 했습니다. 그네들의 입에서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 이민이나 가야겠다'는 식의 말은 별로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수구꼴통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패배했다고 쉽게 냉소하고 등을 돌리기보다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태클을 거는 태도입니다. 참여정부 초반을 생각해 보세요. 정권을 잡았고 탄핵 정국 속에서 과반수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수구 세력들은 정부와 국회를 차지하고 있던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을 이간질시키고, 반으로 갈라 놓고, 레임덕에 빠뜨리는 데 성공했고 정권을 되찾아 왔습니다. 그들이 우리처럼 선거 한 번 졌다고 냉소나 픽픽 날리면서 '바보 같은 국민들 왜 노무현 정책에 반대하는데? 지들이 뽑아 줘 놓고' 이런 식으로 놀았으면 이번에 절대 정권 다시 못 찾아 왔습니다. 이런 건 배워야 합니다. 배워서 더 악독하게 써먹고 되갚아 줘야 하는 겁니다.
민심은 덩치가 큽니다. 그 큰 덩치는 그렇게 쉽게 돌아서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 선거와 총선에서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몰표 준 민심이 몇 달만에 이만큼이나 돌아선 것도 결코 자주 있는 경우가 아닙니다. 하지만 몇 달 만에 몽땅 뒤집혀서 천지개벽할 거라고 혼자 조급해 하고, 그 조급한 생각 만큼 따라주지 않으니까 바보 같은 국민들이라고 욕이나 하고 냉소나 하고, 이런 식이어서는 백전백패입니다. 강남의 몰표와 현직 교육감이라는 기득권, 그리고 우리 나라 학부모들이 가진 뿌리 깊은 이기심을 뚫고 주경복 후보가 이만큼 접전을 벌일 수 있었던 그 힘을 더욱 키워서 다음 싸움에서 확실하게 이기는, 길게 보는 눈과 끈질긴 근성이 우리에게는 지금 가장 필요한 무기입니다. 우리는 이만큼까지 커졌고, 아직은 이길 만큼 커지기에 모자랐을 뿐입니다. 냉소 따위 하고 있을 만큼 팔자 좋은 때가 아닙니다. 왜 이만큼 커온 힘을 비웃음 한 번으로 몽땅 내버리려 합니까?
정의구현사제단에서 8월 2일에 시국 미사를 다시 올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조지 부시 방한에 맞춰서 다시 한번 대규모 촛불집회도 예고되어 있습니다. 어쩌시겠습니까? 교육감 선거 패배 한 번에 '다 끝났지 뭐' 하고 냉소로 돌아서는 게 옳겠습니까? 아니면 한 번 패배는 패배로 인정하고 길고 지루한 싸움에서 더 많은 승리를 챙기기 위해서 다시 힘을 내고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게 옳겠습니까? 패배에 실망하고 잠깐 좌절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냉소하지는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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