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3일에 전 르노 F1팀의 수석 공기역학자(aerodynamicist) 디노 토소(Dino Toso)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겨우 39살이라는 그야말로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떴으니 포뮬러 1로서는 정말 아까운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디노 토소는 2004년에 암 판정을 받았으면서도 르노 팀의 수석 공기역학자로서 계속 일하면서 2005년과 2006년, 르노 팀이 드라이버와 컨스트럭터 월드 챔피언십을 거머쥐는 데에 핵심 공헌을 한 인물이었습니다.
자동차 엔지니어로서 F1 팀에서 일한다는 것은 꿈과 같은 일입니다. 하지만 F1 팀에서 일한다는 것은 또한 꿈꿀 시간도 없을 만큼 가혹한 노동강도에 시달린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F1 팀에서 EU가 권고하는 노동 관련 기준은 거의 있으나마나이고 밤샘과 휴일 근무는 거의 일상에 가깝습니다. 물론 그렇게 일하는 만큼 충분한 보상을 받게 되지만 차량을 개발하고 테스트를 하고,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일은 1년 365일을 24시간 내내 풀 가동해도 모자라게 마련이고 모든 것이 돈으로 보상되지는 않는 법입니다. 그래서 F1 팀의 엔지니어들 중에는 독신이 많다고 하죠. 팩토리에서 밤샘을 밥먹듯이 하면서 가정을 제대로 꾸리기도 어렵고 직무에 따라서는 F1 그랑프리를 쫓아서 전세계를 돌아다녀야 하니까요. 그야말로 미치도록 좋아하지 않으면 엄두도 못 내는 일이 바로 F1 팀에서 일하는 것입니다.
아마 암 판정을 받고 병마와 싸우면서도 F1 팀에서 계속 일해 왔던 디노 토소는 자기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암 환자는 많은 치료가 필요하고 휴식과 안정도 필요한 법입니다만, 가혹한 노동 강도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야 하는 F1 팀의 수석 공기역학자라는 직함은 그런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 디노 토소는 올해 6월에 수석 공기역학자 자리에서 물러났고, 두 달만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나는 플라비오 브리아토레(르노 F1 팀 단장)와 밥 벨(르노 F1 팀 기술 감독)에게, 우리가 함께 위대한 성공을 즐겨 왔던 때인 르노 F1 팀에서 보낸 시간 내내 직업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인 지원을 해 주었던 점에 대해 고마움을 전하고자 합니다.
모터스포츠에 대한 내 열정은 언제나 혁신적인 공기역학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경쟁에 대한 갈망으로 자극 받았습니다.
나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내 기술적인 창의성을 완전하게 표현하도록 해 줄,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경쟁에 대한 짜릿함으로 나를 되돌려 놓을 새로운 도전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 디노 토소, 르노 F1 팀 수석 공기역학자 사퇴 발표문에서
이 발표문에서 그는 '새로운 도전'을 강조했습니다만, 사실은 그의 몸 속에 퍼진 암 세포가 더 이상 그에게 F1 엔지니어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듯합니다. 결국 토소는 그가 얘기했던 '새로운 도전'을 채 해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F1 차량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필요합니다. 특히 공기역학 부분은 무척 경쟁이 치열합니다. 기본적인 차량 성능은 엔진과 트랜스미션, 서스펜션, 그리고 휠과 브레이크로 이어지는 동력 라인에서 나오게 마련입니다만 대기 속을 달리는 자동차는 공기와도 많은 싸움을 해야 합니다. 공기저항과 난기류는 최대한 줄이고, 차량이 안정성 있게 트랙에 붙어서 달리는 데에 필요한 적정한 다운포스(차량을 지표에 붙이는 힘으로 비행기를 뜨게 하는 양력과 반대로 작용하는 힘)를 얻는 것이 자동차에서 공기역학의 목적입니다. 공기역학은 상황에 따라서 가장 많이 변화를 줄 수가 있는 부분입니다. 서킷에 따라서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별도로 만들기는 어렵지만 차체의 여러 가지 형상들, 그리고 공기역학 특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차체에 장착하는 여러 가지 자잘한 부품들은 충분히 서킷에 맞게 변형할 수 있고 심지어는 경기 중에도 날개 각도와 같은 요소들을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서 조절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시즌 내내 공기역학자들은 수많은 테스트와 분석을 통해서 차량의 공기역학 특성을 조금이라도 더 향상시키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그 선두에 서 있는 사람들이 바로 공기역학 총 책임자인 수석 공기역학자입니다.
비록 서른 아홉이라는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떴지만, 병마와 싸우면서도 2005년과 2006년, 르노에게 챔피언의 영광을 안겨주는 데 큰 몫을 했던 디노 토소의 의지는 F1 역사에서 오랫동안 본보기로 남을 듯합니다. 비록 암이라는 적과 벌인 싸움에서는 무릎을 꿇었지만 암세포도 막지 못한 2연속 월드 챔피언이라는 자랑스러운 기억을 가슴에 품고, 고이 잠드시길 기원합니다.
"그가 팀에 기여한 바는, 그가 거둔 성과와 병에 맞서 싸운 그의 용기 모두가 귀감이었습니다. 팀 전체와 그의 가족들 모두가 무척이나 그를 그리워하고 기억할 것입니다."
- 디노 토소 사망에 대한 르노 F1팀의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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