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꽤 쏠쏠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당연할 거라고 생각했던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놓치긴 했지만(그러니 영원한 승자는 없는 법입니다... 중국처럼 개매너로 이기는 방법도 있으니) 박태환 선수도 금메달 은메달 하나씩 땄고, 사격과 역도에서도 금메달 나오고 해서 금메달 여섯 개 땄습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조금 불안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목표였던 금메달 10개 정도는 무난할 듯합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이번 올림픽의 최대 수혜자는 이명박 대통령일 겁니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올림픽에 쏠려 있는 틈을 타서 KBS와 MBC를 대상으로 방송 장악 음모를 실천에 쭈욱 옮기고 있습니다. 만약에 초반 올림픽 성적이 나빴다면 좀더 사람들 눈에 띄었을 텐데, 워낙에 올림픽 초반 성적이 좋아서 대통령이 중국 가서 나라망신 시킨 꼴인 '거꾸로 태극기' 사건도 어영부영 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올림픽 효과로 지지율까지 올라갔으니 아마 선수단 오면 뽀뽀라도 한 번씩 해 주고 싶을 겁니다. (그 뽀뽀 받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 지는 모르겠으나...)

그나저나, 이번 올림픽의 성과에 대해서 이명박 정부는 누구 '탓'이라고 할 지 궁금합니다. 그동안 뭔가 안 좋은 상황이 닥칠 때마다 이명박 정부는 늘상 '노무현 탓'만 해 왔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건 전부 노무현 탓이고, 인사를 망친 것도 노무현 탓(인물 정보 빨리 공개 안 했다고)을 했습니다, 쇠고기 졸속 협상도 노무현 탓만 늘어 놓았습니다. 아무튼 노무현 정권과 뭔가 연결고리가 조금만 있어도 물고 늘어져서 노무현 탓만 했던 이명박 정권이 과연 올림픽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까요? 따지고 들어가 보자면 국가대표 선수들은 많게는 몇 년 전부터 올림픽에 대한 준비를 해 왔습니다. 사실 올림픽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올림픽 준비로 들어가는 거죠. 4년이 그리 긴 시간도 아니니까요. 다시 말하자면 올림픽 준비 기간은 노무현 정권 때가 훨씬 길었던 셈입니다. 그나마 이명박 정부 때에는 유인촌 장관이 이 사람 저 사람 내쫓는다고 한참 설치는 통에 대한체육회장이 사퇴하는 소동이 생기면서 올림픽 준비에 차질이 생길 상황까지 낳았습니다. 그러니 이명박 정부가 좋아하는 '남 탓' 타령에 대입해 보자면 올림픽 성적도 '노무현 탓'인 셈이지요.

잘못 되는 건 다 노무현 탓만 하는 이명박 정부, 잘 되는 일은 누구 공으로 돌리실 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예의나 염치가 있다면 '노무현 탓'에 올림픽 성적이 좋아서 그 틈에 방송 장악 음모도 밀어붙이고, 이런저런 비리 의혹도 구렁이 담넘어가듯 대충 넘어가고, 지지율도 좀 올랐으니 감사 표시로 화분이라도 하나 보내 주는 게 인간된 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돈이 아까우면 저번에 빼앗아간 서버라도 도로 돌려 주던가). 물론 '잘 되면 내 덕분, 못 되면 조상 탓'인 게 사람 마음이니 보나마나 다 자기가 잘 한 결과라고 혼자서 공을 독식하실 게 뻔해 보입니다만. 아, 혹시나 후반부 경기들을 망쳐서 금메달 10개 목표 달성에 실패한다면 그때는 보나마나 '노무현 탓'을 할 것 같네요.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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