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

이 말, 기억하시나요? 클릭비 멤버였던 가수 김상혁 씨가 음주운전 뺑소니를 저지른 뒤에 변명으로 했던 말입니다. 음주운전을 솔직히 시인하고 조용히 있었으면 좋았을 걸, 이 말 한 마디 때문에 비난이 쏟아지면서 음주운전에 걸렸던 다른 연예인들보다 훨씬 더 많은 기간을 푹 쉬어야 했습니다. 최근에 경인TV의 <진실과 구라>에 출연한 김상혁 씨도 이 말이 거짓말이었음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는 김상혁스러운 말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이 말들, 기억하실 겁니다.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했을 뿐 투기는 아니다" -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검사 결과 유방암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남편이 선물로 오피스텔을 사 줬다" -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
"딸이 수석 입학한 스트레스 때문에 국적을 포기했다" - 김성이 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워낙에 어처구니 없는 변명이라서 긁어 부스럼만 만든 이 코미디성 발언 중에서 박은경 씨의 멘트는 그야말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는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습니다. (참고로 이춘호 씨는 지금 KBS 이사회에서 낙하산 사장 임명을 위해서 열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긴 KBS 역시 자신에게도 치명상을 입혔으니 복수의 칼을 갈아 왔겠죠)

그런데 그 뒤에도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런 '김상혁'스러운 멘트들이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총선 때 문국현 후보한테 밀리고 있던 이재오 전 의원의 선거구인 은평 을에 선거일을 며칠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나타났습니다. 은평 뉴타운 현장을 둘러보고 격려를 했는데, '관건선거' 논란이 불거지니까 "은평구는 갔지만 관건개입은 아니다"라는 변명을 해댔지요.

특히 청와대 대변인 이동관씨는 그야말로 '김상혁'스러움의 절정을 보여줬는데, 자신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 <국민일보>에 기사를 삭제하도록 압력을 넣은 사실이 들통나자 이렇게 변명을 했죠.

"국민일보 변재운 편집국장이 나와 언론사 입사 동기로 산업시찰도 함께 다니고 교육도 받은 상당히 친한 친구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속된 말로 '친구끼리 좀 봐줘' 했다"

그러니까 '국민일보에 전화는 했지만 외압은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새 KBS 사장 추천을 앞두고 청와대 비서실과 KBS 이사회장, 거기에 KBS 사장 후보로 지원한 김은구 씨까지 모인 밀실 모임이 폭로되니까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한다는 변명이 기껏 이렇습니다.

"당시 모임은 KBS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KBS의 공영성 회복, 방만경영 해소라는 과제에 대해 방송계 경험이 풍부하고 KBS 내부사정을 잘아는 원로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였다"

모임은 했지만 사장 문제 얘기는 안 했다는 대단히 '김상혁'스러운 멘트를 날렸는데 한 번으로는 부족했는지 청와대 비서실장과 자신이 회의에 참석한 것을 두고도 '회의에는 나갔지만 듣기만 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변명으로 사람들을 황당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그동안 많은 걱정을 낳았던 '상수도 민영화(사유화)' 문제에 대해서도 결국 정부에서는 '위탁경영'을 하기로 했다면서 "위탁경영은 하지만 민영화는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영화로 수돗물값 폭등을 낳은 외국 사례를 봐도 소유권 자체가 아니라 운영관리권을 기업에 넘긴 결과입니다. 그런데 뻔한 얘기를 가지고 "위탁경영은 하지만 민영화는 아니다"라는 '김상혁'스러운 주장을 하고 국민들 보고 이해하라고 강변하는 꼴이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워낙에 '김상혁'스러운 멘트가 줄줄이 이어지다보니까 국민들 참 헷갈립니다.

도대체 이런 걸 변명이랍시고 하고 국민들 열만 더 뻗치게 만드는 '안 하느니만 못한' 변명을 하는 이유가 뭘까요? 혹시 이명박 정부의 '대국민 두뇌 수준 하락 프로젝트'은 아닐까요? 이런 어처구니 없는 멘트를 자꾸 듣다 보면 어느 샌가 듣는 사람들도 중독되고 물들게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면 아무리 바보스러운 논리나 변명도 무감각해지고 그냥 받아들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긴 정상적인 상식으로는 도통 이해되지 않는 일들을 계속 밀어 붙이는 이명박 정부이다보니, 결국 사람들 역시도 정상적인 상식을 잃어버리도록 끊임없이 세뇌 교육을 시키는 모양입니다.

이명박 정부 임기 5년 동안 이런 변명만 계속 듣고 있다 보면 아이큐가 50% 정도는 떨어질 것 같습니다. 돈 많은 집 자제들은 국제중학교다 특목고다 해서 부자 교육을 받고 서민들은 이런 아이큐 뚝뚝 떨어질 바보 멘트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지능이 하락하고, 아이큐의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해질 것 같다는 걱정이 드네요. 이 정부의 음모대로 방송까지 장악되고 나면 도대체 어떤 황당 멘트들이 방송을 타고 널리 전파될까요?

얼마 전에 방송에 출연한 김상혁 씨는 음주 뺑소니 때 일을 얘기하면서 이렇게 반성했습니다.

"음주운전 사고 후 작은 사고라고 쉽게 생각했고 내 얼굴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 별일 아니겠거니 생각했다. 당시 했던 말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에 걸릴 수치는 아니다''라는 거짓말인데 너무 어렸을 때 앞만 보고 활동만 하고 매니저 형의 굴레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몰랐다... 작은 일이 아니었는데도 가볍게 생각한 내 자신이 한심했다. 그 이후 정말 큰 잘못을 했다고 반성을 하며 지냈다"

이 정부가 제발 김상혁 씨 정도 염치라도 좀 갖추기를 바랍니다. '김상혁'스러운 멘트를 그렇게 날리고도 도대체 반성하는 빛이라고는 전혀 없으니 저 젊은이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은가요.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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