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일이었습니다. 자료를 찾을 일이 있어서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있다가 마감 시간이 되어서 버스를 타려고 나오는데 입구에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가까이 가보니까 아마도 기독교 열성 신도인 듯한 분이 열심히 외치고 있었습니다.

"예수 믿고 부자 되세요!"

예수 믿고 부자 되세요? 보통 길거리에서 십자가를 짊어지고 고성방가를 하는 교인들은 '예수천국 불신지옥'과 같이 주로 천국이나 지옥 같은 얘기를 하는데 그 신도분은 노골적으로 '예수 믿고 부자 되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먼 옛날에 성당을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 가물가물한 성경에 대한 기억에서 예수 믿어서 부자됐다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도대체 성경 어디에서 예수 믿으면 부자 된다는 말이 있던가요? 오히려 갖은 핍박과 고난을 받고 심지어는 베드로처럼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사형당하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오히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을 하기까지 했지요. 그러고 보면 아까 그 신도의 '예수 믿고 부자 되세요'란 말은 성경 말씀으로 보면 '예수 믿고 지옥 가세요'란 말이 되는 셈입니다.

물론 기독교 신자 중에서 부자들도 많이 있겠죠. 예수님의 이름으로 부자가 된 대형 교회의 목사들도 있고요. 그러고 보면 '예수 믿고 부자 되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정말이지, 종교가 점점 물신화되고 있다는 비판이야 어제 오늘 일도 아니지만 이제는 노골적으로 '예수 믿고 부자 되라'는 외침이 길거리에서 울려퍼지고 있으니, 예수님의 이름마저도 이제는 돈에 물들고 절어버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부자 목사와는 정반대로 가난한 삶을 고수하는 분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친한 녀석의 아버지도 목사인데 그 분은 평생을 교회다운 교회를 만드는 데 애쓰면서 별다른 부를 누리지 않았고 은퇴할 때가 되자 교회를 상속도 안 하고 미련없이 내놓은 다음에 아예 다른 교회를 다니고 계십니다. 자신이 담임목사로 있던 교회에 계속 나가면 알게 모르게 결국 그 교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게 이유죠. 이 목사님은 가난하니까 예수를 대충 믿은 걸까요? 과연 촛불시위대를 사탄의 무리라고 외치고, 예수를 안 믿어서 동남아가 쓰나미를 맞았다고 설교하는 부자 목사와, 친구의 아버지 중에 누가 예수를 정말로 믿는 분일까요? 국회도서관 앞에서 외치던 신도분의 논리라면 부자 목사 쪽인데 말이죠.

'예수 믿고 부자 되라'는 외침을 들으면서, 저들에게는 과연 예수가 신인지, 아니면 돈이 신인지, 그게 궁금해졌습니다. 결국 그 열성 신도의 논리라면 예수는 부자가 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니까요. 돈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예수.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은 그저 구색용 멘트에 불과하고 헌금 많이 내고 권력을 가지고 있는 신도가 교회 안에서도 권력을 차지하는 모습. 이것이 대형 교회, 그리고 대형화를 꿈꾸면서 성장에만 목을 맨 다수 한국 교회의 현실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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