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문수 경기 도지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계속 날리면서 속된 말로 '걔기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 때문입니다. 김문수 지사는 규제를 빨리 풀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압박하면서 최근에는 한나라당 안에서까지 나오는 자제 촉구하는 목소리까지도 무시한 채 계속 발언 강도를 높여 가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대한민국을 보고 '부자들 살기 힘들다'고 주장하는 한때 '노동운동의 대부'였던 분의 모습을 보자니, 옛날에는 북한 정권의 개였다가 지금은 남한 정권의 개가 된 황장엽을 보는 듯합니다.
그런데 사실 김문수 씨의 모습은 한나라당의 '미래'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지방자치체 선거가 2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내년부터는 각 정당마다 본격적으로 지방자치제 선거를 앞둔 체제가 가동될 것입니다. 특히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실적을 쌓고 민심을 얻으면서 다음 선거에서도 자리를 방어하기 위한 작전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와 같은 노른자위 자치단체장은 대권으로 가는 직행 버스와도 같은 자리가 되었기 때문에 차기 대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을 김문수 지사는 물론이고 한나라당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광역자치단체장들은 자리 사수는 물론이고 좀더 높은 고지를 향한 준비를 할 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지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같이 가는 것은 독이 든 잔을 마시는 꼴이 될 것입니다. 올림픽 때 반짝 30%을 넘었지만 올림픽 끝나자마자 퍼레이드 쇼에도 불구하고 다시 내려앉은 지지도를 생각해 봤을 때,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경제'가 이미 심각하게 나빠지고 앞으로도 회복될 기미가 달리 보이지 않는다는 실망스러운 상황을 봤을 때, 지방자치제 선거를 앞둔 단체장들로서는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편이 오히려 자신에게 유리한 작전이 됩니다. 아직까지는 한나라당 지지율이 민주당의 삽질로 40%를 구가하는 판이기 때문에 한나라당 간판은 그대로 달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작전입니다. 김문수 씨가 이 작전을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셈이지요.
여당이 인기 없는 대통령과 연결되지 않으려고 하는 차별화 작전은 지난 정권 때 열린우리당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 탈당까지 이끌어내면서 써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열린우리당 자체도 워낙에 인기가 바닥을 헤멨기 때문에 결국 별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만, 지금과 같이 한나라당 정당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라면 김문수 식 '이명박 들이받기 작전'은 꽤 재미를 볼 확률도 높습니다. 물론 이건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지금과 같이 민주당을 리드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는 전제조건에서 그렇습니다.
지금은 한나라당이 김문수 씨를 비판하면서 자제를 촉구하는 분위기입니다만 선거가 다가올 수록 결국 정치인들은 자기 밥그릇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이 계속 지금과 같은 지지율에서 헤메게 되면 김문수 씨처럼 이명박 대통령과 날을 세우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구명보트가 있는데 침몰하는 타이타닉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할 이유가 없죠. 최근 들어서는 이런 김문수 지사의 편에 서는 한나라당 내 인사들이 하나 둘 늘어나서 그룹을 이룰 조짐이라고 할 정도이고, 친박계 인사들은 이미 이명박 대통령과는 썩 좋은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이탈 대열에 합류하기 쉽습니다. 그렇게 되면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는 결국 한나라당 전체의 분위기가 지금과는 달리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내세우며 여당 같지 않은 여당으로 다시 자리를 잡는 상황까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대통령 선거 때 당시 인기가 바닥이었던 시라크 전 대통령과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면서 여당 같지 않은 여당 후보 이미지도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을 이긴 바 있습니다.
결국 다음 지방자치제 선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고립무원으로 만들었던 지난 지방자치제 선거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여당으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상황으로 치러질 확률이 높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여당과 거리를 두면서 왕따를 자초했다면, 여당을 틀어쥐고 자기의 수족처럼 부리려고 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그야말로 일방적으로 당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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