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00분 토론>을 보니까 여전히 노무현 정권을 좌파정권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뭐 하루 이틀 얘기도 아니고 참여정부 5년 내내 나온 얘기였습니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신자유주의적 좌파'라는 헛소리를 했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는 책임이 있습니다만('신자유주의적 좌파'라니, 차라리 '비만적 다이어트'란 말을 하시지) 어쨌든지간에, 노무현이 좌파란 말을 들을 때마다 솔직히 듣는 좌파 진짜 기분 나쁩니다. 그래서 노무현 정권을 좌파라고 주장하는 분들께 질문 좀 드리고 싶습니다.
-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좌파가 있습니까? 다시 말해서, 한미 FTA 추진하는 세력이 어떻게 좌파일 수가 있습니까? 당시 농민들의 격렬한 반대 시위를 경찰들이 폭력으로 진압하다가 농민 한 분이 숨지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이런 좌파가 세계 어디에 있습니까?
-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어떻게 좌파가 협조할 수 있습니까? 노무현은 미국의 뜻에 따라서 이라크에 군대를 보냈습니다. 어떤 좌파가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동조합니까?
- 어떤 좌파가 비정규직을 양산합니까? 참여정부 때 비정규직법 통과를 놓고 논란이 있었을 때 민주노동당은 한마디로 '결과 뻔하다'면서 반대했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한나라당과 손잡고 비정규직법을 밀어붙였습니다. 그 결과는 보시는 바와 같이 비정규직 양산이었습니다. 어떤 좌파가 도대체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내모는지요?
- 도대체 어떤 좌파가 부동산값 폭등을 방관했는가요? 지금 여당이 고치려고 하는 부동산 관련법들은 걷잡을 수 없이 부동산값이 폭등해서 서민들이 죽는 소리가 난 다음에야 부랴부랴 대증요법으로 만들어진 대책들입니다. 이미 돈 번 사람들은 벌 만큼 벌고 털고 나간 뒤였습니다. 오죽하면 당시 강남 땅부자들이 노무현 만세를 외쳤겠습니까? 지금 세금폭탄 떠드는 사람들이요? 한마디로 털어먹을 사람들 다 돈자루 들고 나간 다음에 상투 잡다가 새된 사람들입니다. 모름지기 좌파라면 부동산이라는 양적으로 더 확대될 수 없는 자산은 완전 국유화 아니면 공영화를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같은 건 그야말로 우파적인 방법이며 유럽의 우파 정권에서도 충분히 실행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부유세 정도는 돼야 좌파 바닥에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는 것이고, 오리지널 좌파라면 아예 부동산 소유 자체를 인정해서는 안 됩니다.
- 어떤 좌파가 개성공단을 만들어서 저임금으로 북한 노동자들을 착취합니까? 개성공단은 한마디로 남한 노동자 임금의 몇 분의 일밖에 안되는 엄청난 저임금으로 북한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극악한 자본주의 착취 무대입니다. 모름지기 좌파는 후진국 노동자라고 해서 임금이나 노동조건을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어떻게 북한 노동자들의 고혈을 빠는 좌파가 있을 수 있습니까? 개성공단을 선전하면서 노골적으로 저임금을 내세운 참여정부의 대북정책도 결국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한 것들이 주였습니다.
오리지널 빨갱이가 묻습니다. 왜 노무현이 좌파입니까? 차라리 절 좌파 빨갱이라고 욕하십쇼. 노무현이 좌파라니, 듣는 좌파 되게 기분 나쁩니다. 짝퉁 좌파가 이 나라 좌파의 아이콘인 것처럼 부풀려지는 거 정말 짜증나거든요. 어느 나라의 우파들도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좌파 정책을 살짝살짝 섞어 씁니다. 겨우 노무현이 좌파라면 유럽의 우파 정치인들은 싸그리 국가보안법으로 잡아 넣어야 합니다. 좌파나 우파는 정치경제의 토대를 보는 기본 관점과 정책을 관통하는 기조에서 오는 것이지 디테일한 몇 가지 정책을 가지고 좌파라고 물고 늘어지는 건 좌우에 대한 기본 개념이 없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 뿐입니다. 위에서 얘기한 건 되게 쉬운 질문이니까 왜 노무현이 좌빨인지, 제가 올린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해서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덧붙여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신자유주의적 좌파'란 말, 당시 변명처럼 레토릭이었다고 해도 거둬들여주시기를 바랍니다. 당신 같은 사람에게 좌파란 단어를 능욕당했던 그 사건, 지금도 아주 짜증나거든요. 당신이 그렇게도 밀어붙였던 비정규직법 덕분에 거리로 내몰려서 이를 가는 분들이 제 주위에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요, 물론 참여정부 시절에 인정할 만한 일들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노무현 좌파'란 말은 참 듣기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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