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도 역시나 뜨거운 여름 만큼이나 개고기를 둘러싼 논쟁도 뜨거웠습니다. 특히나 서울시가 개고기 판매점에 대한 위생점검에 나서면서 '개고기 합법화'를 둘러싼 논란도 다시금 불거졌습니다. 개고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합니다만, 그 가운데 종종 등장하는 관점이 '개는 인간의 친구인데 어떻게 잡아먹냐'는 것입니다. 전 개를 제 친구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개를 기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에게만 사람의 친구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요?
냉정하게 따져 보자면, 개가 사람의 친구로 사는 것은 이성에서 나오는 우정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서 쌓인 본능에서 나오는 생존전략이라고 보는 편이 옳습니다. 공생관계로 지내는 생물들이 있는 것처럼, 개 역시도 사람들에게 '충성'을 하면서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입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자연계에서는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지만(반려견들을 야생에 풀어 놓으면 살아남기 거의 어려울 겁니다) 사람에게 '충성', 나쁘게 말하면 '기생'하면서 살아가면 손쉽게 살아갈 수 있죠. 먹을 것을 사냥하러 다닐 필요도 없고 천적 걱정 안 해도 되고 말입니다. 사람이 봤을 때 개는 체구도 적당하고, 혓바닥 내밀고 꼬리 살랑살랑 흔들면서 애교부리기 좋은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지요. 다시 말해서, 개가 사람의 친구가 된 것은 개의 생존전략과 사람의 편의성이 합쳐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친구라는 것은 먹고 살기 위해서 맺는 관계에 대해서 쓰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저는 이런 개의 '충성'을 빙자한 생존전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개를 멀리하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으로 얘기해 봅시다. 가끔 개가 사람을 물어 죽이는 일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개는 친구가 아닌 사람의 적일까요? 아니죠. 사람에게 '충성'을 다하는 개나, 사람을 물어 죽인 개나, 모두가 본능에 따라서 행동했을 뿐입니다. 개가 돈을 노렸겠습니까, 치정살인이겠습니까? 뭔가 자신이 위협을 느꼈거나 했기 때문에 본능에 따라서 공격한 것이죠. 친구, 적, 이런 개념을 사람과 동물 사이에 적용하는 건 철저하게 사람 중심의 관점일 따름입니다.
그리고 다른 동물은 사람의 친구가 될 수 없을까요? 소는 과연 사람과 친구하고 싶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면 소도 얼마든지 사람의 친구였습니다. 소에 관한 설화들도 있지요. 하지만 소는 덩치가 커서 집 안에서 기르기가 쉽지 않죠. 그리고 체구가 작은 아이들은 처음에는 위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꼬리 살랑거리면서 애교 부리고 하기도 뭐합니다. 다시 말하면 소는 사람하고 친구하고 싶지만 그 덩치나 이미지 때문에 사람이 거부한다고 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오랜 세월 운송수단으로 충성을 다했던 말은 어떨까요? 주인 구하고 죽은 말의 설화도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제주도에서 말고기 먹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지 않습니다. 돼지는 어떨까요? 돼지도 머리 좋은 동물이고, 옛날에 영어 교과서에서 읽었던 '링컨의 타는 돼지' 이야기처럼 친구 하자면 사람과 돼지는 친구가 될 수 있지요. 하지만 사람이 거부하는 거죠. 가축 돼지는 멧돼지를 식용으로 개량한 거고, 덩치도 크고, 지저분하다는 선입견도 있으니... 개만을 사람의 친구로 인정해 주고, 다른 고기는 몰라도 개는 사람의 친구니까 안 된다고 하려면 적어도 '우리 사람들은 모든 동물과 친구하고 싶은데 동물들이 거부하더라, 개만 빼고...' 이런 얘기가 돼야 공정한 거 아닐까요? 우리의 편의에 따라서 개만을 편애하고 '개는 인간의 친구'란 주장으로 식용에 반대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사람만을 중심으로 한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심지어 어떤 개고기 반대론자는 '소나 돼지는 인간에게 고기를 제공하기 위해서 태어난 동물'이란 주장까지 하더군요. 이쯤되면 동물을 오로지 사람의 관점으로만 해석하는 이기주의의 극치라 할 수 있습니다.
육식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궁극적으로는 육식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그 중간단계로 개고기를 반대한다면 이 점에 대해서는 찬성입니다. 비록 저는 당장 고기를 끊지는 못하고 있습니다만 채식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는 관점과 주장에는 동의합니다. 동물을 차별하지 않는 기본 관점을 가지되 다만 현실을 인정하는 타협점으로 잡아먹는 동물을 확대하지 말자는 주장으로 개고기를 반대한다면 이 점은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다른 고기는 괜찮지만 개고기는 안 된다, 개는 사람의 친구니까'란 말은 다른 동물들에게는 무척 억울할 얘기입니다. 다른 동물들이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우리한테 너희들하고 친구할 기회는 줘 봤냐?'라고 항의하지 않을까요? 사실 친구 되기를 거부한 건 동물이 아니라 사람일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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